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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태원 참사 유족들 공식 회견, 그들의 요구 외면 말아야

22일 서울 서초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대회의실에서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이 심경과 요구사항을 밝히는 기자회견을 하던 중 오열하고 있다. 권현구 기자

10·29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가족들이 22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현재의 심정을 밝히고 정부에 6가지 사항을 요구했다. 유가족들이 한자리에 모여 공개적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이다. 참사 발생 후 24일 만이다. 참사 수습과 진상 및 책임 규명 등을 놓고 그동안 정치권 등에서 다양한 주장들이 쏟아지고 맞섰는데 이제는 각자 주장을 내려놓고 피해 당사자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할 때다. 참사로 인해 가장 큰 고통을 겪었고 상처를 부여안고 살아가야 할 유가족들의 입장을 존중하는 게 진정으로 그들을 위로하고 희생자들을 애도하는 방식일 것이다.

한 유가족은 “정부는 참사의 책임이 이태원을 방문한 사람들에게 있는 것이 아니라 정부, 지방자치단체, 경찰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밝히고 유가족, 생존자를 비롯한 참사의 모든 피해자에게 진정성 있는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유가족은 “참사 이후 정부가 유가족 모임 구성이나 심리적 안정을 위한 공간 확보에 도움을 준 적이 없으며 사고 발생 경과와 내용, 수습 상황, 기본 권리 등도 알려주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유족은 “참사 17일 지나서야 수소문 끝에 겨우 유족 몇 분을 만날 수 있었다”고 했다. 참사 이후 정부가 책임 회피에 급급했고 유가족들에 대해서는 기본적인 배려조차 소홀히 했음을 시사하는 발언들이다.

유가족들은 이날 정부에 대통령의 진심 어린 사과와 책임 있는 후속 조치 약속, 엄격하고 철저한 책임 규명, 피해자들의 참여를 보장하는 진상 및 책임 규명, 피해자의 소통 보장과 인도적 조치 등 적극적인 지원을 요구했다. 희생자에 대한 기억과 추모를 위한 적극적 조치, 2차 가해 방지를 위한 입장 표명과 구체적 대책 마련도 함께 요구했다. 정부는 이들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기자회견에는 20여명의 유가족이 참석했는데 정부는 이들의 요구를 일부의 목소리로 치부해 외면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유가족들이 소통하고 슬픔을 나눌 수 있는 기회와 공간을 조속히 보장함으로써 더 많은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피해자들이 궁금해 하는 사항들은 소상하게 설명하고 합당한 요구는 적극 수용하겠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전날 국민의힘 지도부와의 비공개 면담에서 일부 유가족들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사퇴와 국정조사 수용을 촉구했는데 정부와 여당은 그 요구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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