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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경제 위기에 물류 마비… 업무개시명령 검토해야

화물연대가 총파업에 돌입한 지 나흘째인 27일 서울 양천구 서부트럭터미널에 화물차들이 멈춰 서 있다. 권현구 기자

민주노총 화물연대의 무기한 총파업이 오늘로 닷새째가 됐다. 산업현장은 벌써 물류 마비의 충격에 휩싸였다. 전국 12개 항만의 컨테이너 반출입량은 평상시의 20% 이하로 급감했다. 수도권의 시멘트 출하는 전면 중단됐고, 전국의 레미콘 생산시설은 29일부터 멈춰 서게 되며, 이에 따른 건설현장 셧다운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서울 둔촌주공아파트 재건축 사업장은 이미 콘크리트 타설 작업이 중단됐다. 전국의 수많은 건설현장에서 작업이 중단되면 그만큼 많은 건설 노동자의 일감과 수입이 날아간다. 철강업계도 파업 첫날부터 제품을 출하하지 못하고 있다. 정유업계 역시 차량 운전자의 70~80%가 화물연대 소속이라 파업이 길어지면 주유소 휘발유 공급에 차질이 생긴다.

산업의 혈관인 물류를 멈춰 세우는 일은 이렇게 경제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많은 국민의 삶을 위태롭게 만든다. 그런 파업을 화물연대는 올해 들어 벌써 두 번째 하고 있다. 지난 6월에 8일간 지속된 총파업은 2조원대 경제 손실을 초래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화물연대는 쟁점인 안전운임제 일몰시한을 3년 연장키로 합의했는데, 화물연대는 일몰조항을 아예 없애고 안전운임제 적용 차종을 대폭 확대하라면서 다시 파업에 나섰다. 더욱이 지금은 살얼음판 같은 경제 위기 상황이다. 이런 파업은 집단의 힘으로 물류를 인질 삼아 정부와 국민을 협박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속히 중단해야 한다. 오늘 국토부와 화물연대가 교섭에 나서기로 했다. 최선의 해결책은 산업 피해가 더 확산하기 전에 대화를 통해 서둘러 파업을 끝내는 것이다. 양측 모두 진지하게 임하기 바란다.

2003년 5월과 8월 총 30일간에 걸친 화물연대 파업으로 부산항이 마비되는 등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자 화물차운수사업법에 업무개시명령 조항이 신설됐다. 정부가 이를 발동하면 화물차는 운송에 나서야 하고 거부하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는데, 아직 한 번도 발동한 적이 없다. 역대 정부마다 물류를 틀어쥔 이들에게 원칙대로 대응하기를 꺼려 왔다는 뜻이다. 이 때문에 화물연대는 업무개시명령을 “이미 사문화된 조항”이라 공공연히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지금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 만약 업무개시명령 발동 요건이 충분히 갖춰졌는데도 미온적으로 대처한다면 악순환이 계속될 것이다. 오늘 교섭에서 조속한 해결 기미가 보이지 않을 경우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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