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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경의 열매] 유이상 (14) 가능성 확인한 ‘펄프 몰드’… 계약 성사 위해 심혈

공장 견학하며 ‘펄프 몰드’ 관심 어필 후
한국 공장으로 기술 전수 해 달라 요청

유이상(왼쪽) 풍년그린텍 대표가 1993년 세계 포장박람회가 열린 미국 시카고에서 펄프 몰드 회사 사장 가정을 방문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통역을 위해 동행해 준 친구와 팩 엑스포 인터내셔널(Pack Expo International)전시장 내에서 방문한 곳은 독일계 미국인이 운영하는 펄프 몰드(pulp mold) 회사였다. 회사 관계자를 만나자마자 한국에서 펄프 몰드 포장재를 생산할 수 있는 가능성과 기술 이전 등에 대해 줄기차게 질문을 던졌다. 그리고 생산 공정을 직접 볼 수 있도록 공장 견학을 요청했다. 펄프 몰드 포장 산업에 대한 설명은 자세하게 들을 수 있었지만, 공장 견학은 어려울 것 같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진돗개 기질이 발동했다. 나흘 동안 열리는 엑스포 마지막 날, 다시 펄프 몰드 회사 부스를 찾아가 공장 견학을 간곡히 요청했다. 처음에는 강경하게 반대 의사를 표하던 관계자들의 눈빛이 흔들리는 게 보였다. 결국 회사 관계자는 견학을 허락했고 3시간쯤 후 우리는 함께 공장으로 이동할 수 있었다.

오후 9시가 넘은 시간이었는데도 공장은 가동 중이었다. 엑스포 부스에서 채 물어보지 못했던 궁금한 점들을 물어보고 펄프 몰드 포장재에 관심이 있다는 진심을 말했다. 더불어 우리는 한국에서 이 사업을 할 예정이라 그 회사의 경쟁 상대가 아니니 기술을 전수해달라고 요청했다.

뜻밖에도 펄프 몰드 회사 사장은 한국과 인연이 있었다. 사장의 딸이 아이 둘을 입양해 키우고 있었는데 모두 한국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은 한국인이 운영하는 태권도장에서 태권도를 배우고 있었다. 그 사장은 직접 손자들을 태워다 주곤 했던 터라 한국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펄프 몰드에 대한 관심은 많았지만 의사소통에 어려움이 있자 사장은 자기 손자들이 다니는 태권도장의 이재규 관장을 소개해줬다. 미국 땅에서 사업의 명운이 갈릴 수 있는 시기에 언어 소통의 답답함이 짓누르고 있을 때 만난 한국인이 마치 하늘에서 내려온 천사로 느껴졌다.

이 관장은 멀리 한국에서 온 사업가에게 큰 도움을 줬다. 적극적이고 배려심이 몸에 밴 분이었다. 그는 호텔에 묵지 말고 자기 집으로 가자면서 가방을 손수 옮겨줬다. 공장도 자기가 몇 번이고 데려다줄 테니 마음 놓고 잘 견학하라고 독려해줬다. 운영하는 기업에 놓칠 수 없는 기회를 발견했다고 느꼈기에 나는 수차례 견학과 질의에 나섰고 그럴 때마다 이 관장에게 신세를 졌다.

이 관장의 적극적인 도움 덕분에 펄프 몰드 회사에 풍년기업사 사장으로서의 관심을 충분히 피력할 수 있었다. 사장이 한국과의 인연이 남다르기도 하고 나의 적극적인 노력을 알기 때문에 계약까지 순조로울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나의 순진한 착각이었다. 그들은 비즈니스에 대해서는 철저하게 선을 그었다.

그 후로도 나는 다섯 차례 미국을 오가며 계약 성사를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기계 판매와 기술 이전이 함께 이뤄지는 까다로운 사업 계약이었기에 미국 회사도 치밀하게 협상에 나섰다. 자신들의 수익과 우리의 지불 능력을 철저하게 계산한 협상 끝에 30만 달러의 각서와 계약서를 작성했다. 왠지 모를 확신이 들었다. ‘좋아. 이제 돈만 지급하면 펄프 몰드 사업 가능성을 확보하게 되는 거다!’

정리=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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