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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고준위 방폐장 부지 찾기, 특별법이 시작이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우리나라 원자력발전은 1978년 4월 고리원전 1호기 가동을 시작으로 국내 전력 생산의 약 30%를 담당하며 경제 발전에 많은 기여를 해왔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경제 성장을 우선하는 정책을 시행하면서 원자력 발전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성폐기물 관리 문제를 미리미리 준비하지 못했다.

정부는 1984년 방폐물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1986년부터 중·저준위 방폐물 영구 처분시설과 고준위 방폐물(사용후 핵연료) 관리시설 부지 확보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지난 10여년간 9차례의 실패 끝에 2005년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처분시설의 유치지역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후에야 중·저준위 방폐물 처분시설 문제를 해결했다. 중·저준위 유치지역 지원 특별법은 중·저준위 방폐장과 고준위 방폐장 분리, 주민 투표, 부지 선정 절차, 유치지역 지원 등을 명확히 규정했다.

그렇지만 원전 내에 저장한 사용후 핵연료의 포화 시점이 임박한 가운데 고준위 방폐물을 어떻게 안전하게 관리할 것인지는 여전히 미완의 숙제로 남아 있다. 원전 지역 주민들의 걱정을 덜고 고준위 방폐물을 안전하게 관리하려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해답은 해외 사례에서 찾을 수 있다.

해외 주요국은 원전 운영과 함께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 작업을 시작해 원전에 보관 중인 고준위 방폐물을 영구 처분시설로 반출해 안전하게 관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또한 고준위 방폐장 부지 선정부터 건설에 이르는 모든 과정을 별도의 법적 근거에 따라 추진함으로써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불식하고, 투명하고 공정한 절차를 통해 국민적 공감대를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25년 세계 최초로 고준위 방폐장 운영에 나서는 핀란드는 원자력법을 통해 의회에 고준위 방폐장에 대한 최종 허가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선택했다. 방폐장 인허가 과정에서 여야 정치권과 이해관계자는 물론 시민·환경단체, 일반 국민까지 참여시킴으로써 갈등을 사전에 조정하고 국민적 합의를 통해 방폐장을 건설하겠다는 취지다.

미국과 독일도 각각 ‘방사성폐기물 정책법’과 ‘고준위 방폐물 처분장 부지 탐사 및 선정에 관한 법률’을 통해 부지 선정 절차와 관리 주체, 관리 비용 부담 절차에 이르기까지 세밀하게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핀란드는 1983년 부지 선정부터 실제 고준위 방폐장 운영에 이르기까지는 42년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스웨덴은 43년, 프랑스 53년, 일본은 4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출발점에 서 있다. 정부는 2005년 국민적 공감대에 기반을 둔 고준위 방폐물 관리 정책을 마련하기로 한 뒤 이미 두 차례의 사회적 공론화를 진행했다. 지난해 12월에는 고준위 방폐물 영구처분시설 확보를 위해 부지 선정 13년, 중간저장시설 건설 7년, 처분시설 건설 10년 등 향후 37년간의 로드맵을 제시했다. 하지만 벌써부터 부지 선정과 건설 과정 등에서 적지 않은 갈등과 논란이 있을 것이란 우려가 많다.

그런 만큼 선진국 사례들을 참조해 우리나라도 법적 근거를 통해 국민적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다행히 국회에는 3건의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이 상정돼 있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은 원전에 보관돼 있는 1만8000t의 사용후 핵연료를 별도의 부지, 즉 고준위 방폐장에서 안전하게 저장하고 처분하는 데 필요하다. 또한 철저한 과학적 지질 조사와 민주적 절차를 통해 고준위 방폐장이 들어설 부지를 찾는 데 필요한 법이다. 특별법이 제정되지 않으면 원전 부지에 보관돼 있는 사용후 핵연료를 빼내는 시기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고준위 방폐물 관리 특별법안 통과가 절실한 이유다.

차성수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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