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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한파에 겨우 한끼 먹는 어르신들 어떡하라고…

“9일까지 밥퍼 급식소 철거” 동대문구청 통보에 발동동
최일도 다일공동체 대표 “나눔사역 잇도록 건물 합법화해 달라” 호소

다일공동체 자원봉사자(오른쪽)가 최근 서울 동대문구 밥퍼나눔운동본부를 찾은 어르신에게 무료 배식을 하고 있다. 다일공동체 제공

1988년 청량리 노숙인과 무의탁 노인을 위한 라면 봉사로 시작해 지금까지 34년간 무료 배식을 이어가고 있는 밥퍼나눔운동본부(밥퍼) 사역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서울 동대문구(구청장 이필형)가 최근 공문을 보내 오는 9일까지 건물을 철거하라는 시정지시를 내렸기 때문이다. 밥퍼를 운영하는 다일공동체 최일도 대표는 5일 “밥퍼가 없어지면 추운 겨울 이곳에서 밥 한 끼를 겨우 먹는 독거 노인들은 굶어 죽으라는 것과 다름없다”며 “건물을 합법화해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사역을 이어가게 해달라”고 호소했다.

동대문구의 철거명령 이유는 ‘무단 증축’이다. 현재 다일공동체는 서울시가 지어준 가건물 옆에 새로운 건물을 증축 중이다. 그러나 가건물에 증축 신청을 할 수 없기 때문에 동대문구에 ‘현 건물을 철거하고 신축’하는 것으로 서울시 실무자와 협의해 신청을 했고 구는 이를 허가했다. 하지만 기존 건물을 철거하지 않은 채 무단증축을 강행하고 있다는 게 구의 주장이다.

앞서 지난 1월 서울시가 무단 증축을 이유로 최 대표를 고발한 적이 있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사회적 약자를 위한 나눔사역에 지나친 행정제재를 한다며 시민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결국 서울시는 고발을 취소하고 다일공동체가 증축한 건물을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면 토지사용 승인을 하는 것으로 합의를 마쳤다. 그러나 이번엔 동대문구에서 문제 삼고 나선 것이다.

최 대표는 “다일공동체가 무상급식을 시작한 후 역 광장과 거리에서 14년간 배식을 했다. 그것을 본 서울시가 2002년과 2008년 임시 가건물을 지어줬다”며 “그때 서울시가 합법적으로 등기를 하지 않았지만 국민적 합의가 이뤄진 무상급식소인 만큼 문제가 없다고 해 지금까지 이어져 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 동대문구청장은 직접 증축할 공간을 주선하고 공사를 시작할 수 있도록 도와줬는데 지난 7월 구청장이 바뀐 후부터 동대문구는 다일공동체 건물이 불법 건물이라며 철거를 명령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다일공동체는 공휴일을 제외한 매일 500~600여명의 무의탁 노인에게 점심을 제공하고 있다. 코로나19 기간에도 1200여명에게 도시락을 배식하며 밥퍼 나눔을 멈추지 않았다. 건물 증축도 찾아오는 이들이 늘면서 화장실과 식자재 보관 창고, 자원봉사자 탈의실 등이 부족해 진행된 일이다. 건물이 철거되면 이곳에서 밥을 먹고 교제하던 독거 노인들의 쉼터가 사라진다.

교계는 다일공동체의 사역이 끊어지지 않도록 힘을 보탤 예정이다. 류영모 한국교회총연합 대표회장은 “밥퍼 사역은 서울시와 동대문구청, 한국교회가 마땅히 해야 했던 일인데 다일공동체가 대표로 수고해준 것이다. 그런데 구청장이 막무가내로 철거를 명령한 것은 분별력이 부족했다”며 “한국교회도 다일공동체가 혼자 짐을 짊어지도록 내버려 둔 책임이 있다. 다일공동체와 최 대표님이 외롭지 않도록 연대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 대표가 소속된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 이순창 총회장도 “소외된 이웃을 위한 배려의 필요성이 커지는 시대에 섬김의 본을 보인 다일공동체를 강제 철거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교단적으로 다일공동체와 최 대표님을 보호하고 차후 발생하는 일에 협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용미 기자 m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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