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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렙을 본받아 믿음 열정으로 언제나 푸르게… 브라보! 시니어

65세 이상 성도로 구성된 ‘교회 안 교회’ 선한목자갈렙교회 사역 현장 속으로

선한목자갈렙교회 성도들이 주도적으로 교회 사역에 참여하고 있다. 교회 지혜자대학 라인댄스 팀이 지난달 10일 목요예배 특송으로 공연을 선보이고 있다. 선한목자갈렙교회 제공

매주 목요일 오전에 열리는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갈렙교회(심우인 목사) 예배엔 여타 교회와는 다른 독특한 점이 있다. 설교를 제외한 모든 예배 순서에 시니어(만 65세 이상 노인)가 동참한다는 것이다. 최근 경기도 성남 선한목자교회에서 열린 예배에도 이런 특성이 여실히 드러났다. 찬양과 특송, 기도에 참여한 시니어 성도들은 주도적으로 예배 순서를 이끌었다. 교회의 평생교육원 격인 지혜자대학 소속 라인댄스 팀은 우아한 댄스복을 입고 복음성가에 맞춰 무용을 선보였다. 성가대와 찬양팀은 ‘내 평생 사는 동안’ ‘오 신실하신 주’ ‘평화’ 등 시니어에게 익숙한 찬양을 선곡해 불렀다. 교회 입구에 비치된 속회(소그룹) 자료도 큰 글씨로 인쇄돼 있었다.

섬김 대상이 아닌 섬김의 주체로

“시니어가 예배의 주체가 되는 것, 이것이 우리 교회 모토입니다. 역동성이 떨어져 보일 수 있지만, 시니어 성도가 예배를 만들어가면서 받는 은혜가 분명 있습니다. 그러기에 다들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것이고요.”

선한목자갈렙교회 담당목사 3년 차인 심우인(42) 목사의 말이다. 교회는 올해로 설립 10년 차를 맞았다. 2011년 선한목자교회 내 65세 이상 성도의 모임인 갈렙 교구로 출발해 2년 뒤 ‘선한목자갈렙교회’란 이름으로 본 교회에서 독립했다. 예산도 독립해 시니어 성도의 헌금은 오직 선한목자갈렙교회에서만 쓰인다. 독립된 예산은 시니어 성도가 사역을 자율적으로 계획·수립하는 밑바탕이 됐다.

선한목자교회는 왜 시니어 교구를 별도 교회로 독립시켰을까. 심 목사는 “65세를 넘긴 성도의 행복한 신앙생활을 돕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평균 수명은 길어졌지만 사회에서 활동하는 나이는 정해져 있잖아요. 교회도 70세가 넘으면 사역에서 빠지라 하고요. 하지만 6070세대 성도들은 열정뿐 아니라 건강과 시간적 여유도 있습니다. 이분들이 눈치 보지 않고 새로운 사역에 도전하도록 격려하기 위해 교회로 조직한 겁니다.”

다음세대 교육은 시니어가 책임진다
지난달 19일 열린 ‘맞춤전도 초청의 날’에 성도들이 둘러앉아 전도대상자를 환영하는 모습. 선한목자갈렙교회 제공

시니어 교회로 발돋움하면서 이곳 성도들이 중점 지원한 분야는 ‘다음세대 교육’이다. 이들은 선한목자교회 청소년과 대학생의 장학금을 전액 지원토록 자체 예산을 편성했다. 여기에 대학생과 청소년 간 멘토링 사역 예산도 지급한다. 선한목자교회가 내년 설립 예정인 교회학교 교육연구소의 예산도 일부 지원키로 했다.

교육뿐 아니라 국내외 선교 사역에도 열심이다. 국내 미자립교회나 해외 선교지, 군인교회를 방문해 예배를 드리는 일에 적잖은 인원이 참여한다. 전도와 중보기도도 마찬가지다. 심 목사는 “시니어 성도의 헌금과 기도, 섬김으로 다음세대와 선교지를 도우니 본 교회에서 갈렙교회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는 걸 느낀다”며 “넓은 아량으로 교회와 다음세대를 섬기는 시니어 성도와 함께할 수 있어 자랑스럽다”고 했다.

천국에서 만나면 되니까

성경은 노년의 삶을 긍정적으로 묘사한다. 백발을 “영화의 면류관”(잠 16:31)으로 표현한다. 또 “늙어도 결실하며 진액이 풍족하고 빛이 청청하니 여호와의 정직하심을 나타내리로다”(시 92:14~15)라며 정정하고 현명한 노인의 자태를 칭송한다. 오늘날 무력하게 인식되는 시니어의 모습과는 대조된다.

선한목자갈렙교회에서 만난 시니어 성도들은 성경이 그려낸 노년의 모습과 비슷했다. 교회 사역에 적극적이고 활력이 넘쳤다. 지혜자대학에서 ‘음악 여행’을 강의하는 박명실(73) 권사는 “어느 교회든 65세가 넘어가면 젊은 사람에게 사역을 물려주게 되는데, 여기선 비슷한 또래가 모여 새롭게 사역을 시작할 수 있어 좋다”고 했다. 무엇보다 높은 경륜이 쌓인 성도들과 선한 일을 도모할 수 있는 게 강점이다. “같이 모여도 뭐 하나 부딪히는 게 없어요. 일하다 보면 이견이 있을 때도 있는데 그러면 우리는 이렇게 말해요. ‘우리 갈렙이잖아.’ 피차 늙었으니 다 이해하고 넘어가자는 거죠. 그러면 다툴 일도 잘 넘어가게 되지요.”(웃음)

젊은 성도에게 꺼내놓기 민망한 이야기나 도움 요청도 이곳에서는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이무영(74) 권사는 “다들 나이대가 비슷하니 몸이 아픈 이야기도 편하게 하는 분위기”라며 “8090 고령 성도들도 3040 성도보다 우리에게 도움 요청하는 걸 더 편히 여긴다”고 했다.

지난달 24일 목요예배에서 빨간색과 초록색 목도리를 두르고 캐럴 메들리를 부르는 성가대원들. 선한목자갈렙교회 제공

같은 연배의 신앙공동체가 그리워 출석 교회가 있음에도 매주 이곳을 찾는 시니어도 있다. 한상조(76) 권사는 “아내와 같이 지하철과 버스를 4번 갈아타고 예배드리러 온다”며 “교회는 시니어에 맞춰 모든 걸 베풀어준다. 아프거나 배고플 때, 천국으로 갈 때 도와주는 우리 시니어 교회야말로 천국 같은 공동체”라고 치켜세웠다.

교우들의 죽음을 자주 마주하지만 그런 만큼 천국 소망을 품게 된다고도 했다. 이 권사는 “75세 이상 시니어가 모인 속회를 이끄는데 얼마 전 가까이 지내던 속회원 한 분이 돌아가셨다. 장례식장에서 헌화하는데 ‘집사님과 나중에 천국에서 만나 속회하면 되겠구나’란 생각이 들더라”며 “그러자 무겁던 마음이 환해졌다. 이건 아마 시니어 교회에서만 느낄 수 있는 감정일 것”이라고 했다.

한국교회여, 시니어 잠재력을 깨워라
한 성도가 지난달 10일 목요예배 중 손을 들고 찬양하고 있다. 신석현 포토그래퍼

통계청이 지난해 발표한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65세 고령 인구는 3년 뒤인 2025년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이다. 2040년엔 1724만명, 2070년엔 1747만명에 다다를 것으로 예상한다.

이러한 시대 변화에 발맞춰 시니어의 잠재력을 일깨우는 ‘활동적 시니어 목회’에 한국교회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게 전문가의 의견이다. 손의성 배재대 기독교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초고령사회인 2025년엔 베이비붐 세대가 중심이 되는 새로운 노인 세대가 온다. 이 세대의 특징은 기존 세대보다 인원이 많고, 사회적·자아실현 욕구가 강하다는 것”이라며 “이들의 활동적인 노년을 보장해주는 방향으로 교회의 시니어 사역이 바뀔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건강 수명이 늘면서 80세 가까이 건강을 유지하는 시니어가 적잖은 만큼 교회가 기존의 노인 사역과 차별화된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선교 일환으로 지난 6월 경남 고현감리교회를 방문한 갈렙교회 성도가 인근 거리에서 복음을 전하는 모습. 선한목자갈렙교회 제공

이를 위해서는 여러 교회가 연합해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시니어 스스로 소그룹을 조직, 운영하도록 교회가 지원하는 게 효과적이라고 조언했다. 손 교수는 “개별 교회가 시니어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비용이 적잖게 발생하므로 지역 교회 간 연합하거나 도·농교회가 협력해 사역을 꾸리는 게 좋다”고 했다. 이어 “시니어가 주도하는 소그룹이 활성화되면 취향에 따라 각자 보람 있는 일도 하면서 취약 노인도 돌보는 ‘노노(老老) 케어’가 가능해진다”며 “소그룹 만족도가 높으면 우울증 발병 가능성도 낮아지고 삶의 만족도가 높아지는 만큼 소그룹 자체가 다양한 시니어 목회 자체가 되도록 교회가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성남=양민경 기자 grie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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