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광풍에 무너진 평범한 시민들의 인류애

[책과 길] 원청: 잃어버린 도시
위화 지음, 문현선 옮김
푸른숲, 588쪽, 1만8500원


모옌, 옌렌커와 함께 중국 3대 현대 작가로 꼽히는 위화가 8년 만에 장편소설 ‘원청: 잃어버린 도시’를 발표했다.

소설은 갑자기 사라진 아내 샤오메이를 만나기 위해 미지의 도시 원청을 찾아 떠난 주인공 린샹푸의 여정을 따라간다.

원청을 찾아가다 남쪽 도시 시진에 머물게 된 린샹푸는 젖동냥으로 키운 딸 린바이자와 새로운 삶을 일군다.

‘원청’은 청나라가 저물고 중화민국이라는 새 시대가 등장하는 격변기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지금까지 발표된 위화의 작품 중 가장 스케일이 크다.

위화는 1998년부터 본격적으로 ‘원청’의 집필을 시작했다. 긴 시간 작업을 이어온 것은 전기(傳奇)소설에 대한 그의 오랜 꿈 때문이다.

작품은 난세를 배경으로 하지만 그 어떤 영웅도 등장하지 않는다. 위화는 역사의 광풍에 무너진 평범한 시민들의 모습을 통해 가혹한 운명 속에서도 삶을 이어나가야 하는 이유를 강조한다. 천재지변과 전쟁의 한가운데에 놓인 다양한 인간 군상을 그리며 어려움 속에서 빛을 발하는 인류애를 보여준다.

위화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모든 사람들의 가슴에는 원청이 있다’는 한 독자의 말을 전하며 “세상에는 알고 싶어도 알 수 없고, 찾고 싶어도 찾을 수 없는 일이 너무 많다. 그럴 때마다 우리는 상상 속에서 찾고 추측하고 조각을 맞춘다. 같은 시기 난세 속 대한제국에도 ‘원청’ 같은 이야기가 있었는지 궁금하다”고 밝혔다.

‘원청’은 중국에서 출간 1년 만에 150만부 이상 판매됐다. 중국청년보는 “문학계에선 ‘원청’을 읽었느냐는 말이 인사말처럼 오갔다. 2021년 문학계의 중대 사건이 됐다”며 소설의 폭발적인 인기를 전했다.

1960년 중국 저장성에서 태어난 위화는 1983년 단편소설 ‘첫 번째 기숙사’를 발표하며 작가의 길에 들어섰다. 초기 실험성 강한 중단편 소설을 잇달아 낸 그는 1993년 두 번째 장편소설 ‘인생’을 선보이며 전 세계에 이름을 알렸다.

국내에서도 인기를 끈 ‘허삼관 매혈기’는 출간 후 10년 간 가장 많이 판매된 중국소설로 선정됐다. 위화는 중국 현대사회를 예리하게 묘사한 ‘형제’, ‘제7일’을 잇달아 발표하며 중국 내에서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그의 작품은 전 세계에 45개 언어로 번역 출간됐다. 제임스 조이스 문학상(2002년), 프랑스 문화훈장(2004년), 중화도서 특별공로상(2005년), 이보 안드리치 문학상(2017년) 등을 받았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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