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아트 거장’ 백남준이 남긴 유산들

국립현대미술관 과천관서 기획전
‘백남준 키즈’ 25인 실험작도 선봬

백남준 작, '칭기즈 칸의 복권', 1993년 작, 백남준아트센터 소장. 국립현대미술관 제공

‘김유신’, ‘장영실’ ‘선덕여왕’ ‘바보온달’….

‘한국이 낳은 비디오아트의 세계적인 거장’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백남준(1932-2006)이 만든 작품에는 이런 이름이 붙어있다. 국립현대미술관이 탄생 90주년을 기념해 과천관에서 하고 있는 기획전 ‘백남준 효과’는 우리가 몰랐던 백남준의 속살을 보여준다. 백남준은 1992년 국립현대미술관에서 대규모 회고전 ‘백남준·비디오때·비디오땅’을 하면서 비디오 로봇에 역사적 인물의 이름을 붙였다. 이는 “관람객들이 친숙함에 이끌려서라도 5분 이상 작품을 관람하게끔 하기 위해서였다”고 전시를 기획한 이수연 학예연구사는 최근 전시장을 찾았을 때 말했다. 백남준은 작품 그 자체도 중시했지만 작품을 보는 관객의 마음까지 고려했던 ‘문화전략가’였던 것이다.

이번 전시에는 ‘나의 파우스트’ 등 백남준의 1980년대 말~90년대 초 대표작 43점이 나왔다. 평소 보기 힘들었던 작품을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눈의 호사를 누릴 수 있다. 1963년 리옹비엔날레에 출품했던 ‘실험 TV’ 시리즈, 독일관 대표작가로 참여해 황금사자상을 받았던 1993년 베니스비엔날레 출품작 ‘칭기즈칸의 복권’(1993)등이 그런 예이다.

전시의 재미와 의미가 증폭되는 것은 ‘백남준 효과’에 대한 조명 덕분이다. 백남준이 1984년 35년 만에 귀국한 후 1990년대 한국 현대미술의 발전에 직·간접적으로 끼친 영향을 ‘백남준 키즈’를 통해 보여준다. 당시 한국 미술계는 세계화와 정보사회 도래라는 급격한 정세변화 속에서 ‘한국의 정체성’을 새로이 발굴하고, 과학과 접목한 ‘예술매체의 확장’을 고민했다. 구본창, 김해민, 문주, 박이소, 석영기, 양주혜, 윤동천, 이동기, 이불, 전수천, 홍성도, 홍승혜 등 25인의 90년대 초반 실험작을 백남준이라는 창을 통해 들여다보는 재미가 있다.

우루과이 라운드 등 세계화를 비판하는 윤동천 전 서울대 교수의 초기 설치 작업, 카세트 테이프로 만든 조성묵의 의자, 한국관이 처음 설치된 제46회 베니스비엔날레(1995)에서 특별상을 수상한 전수천의 ‘방황하는 혹성들 속의 토우 그 한국인의 정신’ 등을 만날 수 있다. 내년 2월 26일까지.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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