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nd 굿굿즈] 장애 사원들과 함께 친환경 고품질 제품으로 승부

직원 절반이 장애인 ‘동구밭’ 박상재 부대표

좋은 물건이란 무엇일까요? 소비만능시대라지만 물건을 살 때 '버릴 순간'을 먼저 고민하는 소비자도 늘고 있습니다. 그러나 변화는 한 쪽의 노력만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제품 생산과 판매단계를 담당하는 기업들의 노력이 중요한 이유입니다. [굿굿즈]는 더 나은 미래를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는 기업과 제품을 소개하고, 꾸준히 지켜보려 합니다.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기 위한 노력에 더 많은 참여를 기대합니다.

친환경 제품을 살 때 소비자는 어떤 걸 꼼꼼히 따질까. 재료나 만드는 방식이 얼마나 환경친화적인지, 오래 쓸 수 있는지, 재활용률은 높은지, 탄소발자국은 적게 나오는지, 혹시 그린워싱 제품은 아닌지 등을 살필 것이다. 친환경 제품을 고르기 전에 고려사항으로 이 정도면 충분한가 싶으면서도 뭔가 중요한 게 빠진 듯하다. 그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얼마나 좋은 제품인가.” 이 질문을 빼놓고 소비자의 선택을 말할 수 없다. 아무리 지구 환경을 덜 해치는 재료를 쓰고, 재활용률을 높이고, 오래 사용할 수 있고, 진정성이 담보된 제품이라고 할지라도 말이다. ‘계속 쓰고 싶은 물건’이 아니라면 소비자의 선택이 재차 이어질리 만무하다.

한국에서 친환경과 고품질을 모두 충족히며 빠르게 성장하는 기업 중 하나로 ‘동구밭’이 꼽힌다. 동구밭은 친환경 고체 화장품과 생활용품을 만든다. 샴푸, 트리트먼트, 주방세제, 치약, 반려동물 샴푸 등의 제품이 모두 고체 형태다. 고체 제품이라 플라스틱 용기를 쓸 일이 거의 없다. 제품은 대부분 종이상자에 담겨 있다.

동구밭은 장애인 고용률 50%에 육박하는 기업이기도 하다. ‘착한 기업’ ‘친환경 제품’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성장세도 남다르다. 최근 3년간 매출 증가세를 보면 520%에 이를 정도로 가파르다. 생산 규모도 국내 천연비누 시장에서 가장 많다.

장애인 직원들과 함께하고, 플라스틱 사용을 최소화해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동구밭은 어떤 ‘굿 굿즈(Good Goods)’를 만들고 있을까. 지난 7일 서울 성동구 동구밭 본사에서 박상재 부대표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최근의 성장세에 대해 물었다.

“2019년 한 해 매출이 22억원이었어요. 2020년에 55억원, 지난해에 115억원이었고요. 올해는 아직 마감 전이라 정확한 수치가 없지만 지난해보다 성장한 것은 분명하고요. 단순히 ‘환경친화적인 제품’이라는 것만으로 이렇게 매출이 성장할 수는 없어요. 동구밭의 성장 원동력은 ‘제품력’입니다.”

고체샴푸 하나를 쓰면 500㎖짜리 플라스틱 용기에 담긴 액체 샴푸 한 통을 쓰는 것보다 최소 16.2g의 플라스틱을 사용하지 않을 수 있다. 16.2g은 정부에서 권고하는 페트병의 무게다. 실제 샴푸통의 무게는 이보다 무거운 게 많다. 동구밭이 친환경 제품을 만든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친환경 제품에는 ‘성능은 썩 좋지 못할 것’이라는 오해와 편견이 따라붙기도 한다. 동구밭 제품에 대해서도 그렇지 않느냐고 물었다. 박 부대표는 “그야말로 오해와 편견”이라고 강조했다.

“착한 제품이라는 이유만으로 재구매가 이뤄지는 경우는 드물어요. 소비자는 깐깐합니다. 품질에서 만족하지 못하면 ‘한 번 경험한 걸로 됐다’는 반응이 나오기 마련이죠. 제품력이 부족하면 재구매와 소비층 확대는 불가능합니다.”

인터뷰에 함께한 박진은 브랜드커뮤니케이션 매니저는 “합성이 아닌 식물유래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 고체샴푸를 쓰면 두피를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고체샴푸를 쓰는 이유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일 뿐 아니라 내 두피 건강에 유리한 일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성능뿐 아니라 안전관리도 깐깐하게 한다. 동구밭의 비누 제품들은 비닐에 싸여 있지 않은 상태에서 종이상자에 담겨 팔린다. 비닐이 없으니 안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질문도 이따금 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품질 관리를 매우 엄격하게 하고 있어요. 대기업 외주를 맡는다는 것은 이미 높은 기준을 통과했다는 뜻이기도 하고요. 보통 샴푸 유통기한이 3년이에요. 저희 제품은 비닐에 싸여있지 않으므로 개봉을 한 것처럼 가정하고 유통기한을 2년으로 표시하고 있어요. 재고도 쌓아두지 않는 편입니다.”

소재를 엄선해서 만들었기 때문에 고체샴푸는 몸에 써도 괜찮다. 설거지 비누는 고무장갑을 끼지 않고 사용해도 피부를 건조하게 하지 않는다. 소비자 리뷰도 제품력에 대한 내용이 대다수다. 자사몰 리뷰를 보면 “호기심에서 시작했는데 사용감이 마음에 들어서 몇 개째 쓰고 있다”거나 “나만 알기에 아까운 제품이라 주변에 선물하고 있다”는 내용들이 눈에 띄었다.

동구밭은 자체 브랜드 생산,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우면서 대기업과 협업에도 적극적이다. 대기업과의 협업은 친환경 가치에 대해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소셜 임팩트’에 더욱 효과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차, 네이버, 이마트, 신세계인터내셔날, 워커힐 호텔 등이 동구밭과 함께했다.

“동구밭이 추구하는 핵심가치는 ‘공존’과 ‘지속가능성’이에요. 동구밭의 성장과 확장이 기업들의 친환경 노력에 ‘마중물’로 작용해줬으면 좋겠어요. 동구밭처럼 제품을 만들면서 플라스틱을 거의 사용하지 않는 곳은 찾기 힘든데, 저희가 유일한 기업으로 남지 않기를 바랍니다.”

동구밭에서는 약 90명이 일하고 있고, 그 가운데 절반에 가까운 인원은 발달장애인 등 장애인이다. 작은 회사지만 연구소를 운영 중이다. 전 직원의 약 10%가 연구·개발(R&D) 인력이다. 식기세척기 세제, 세탁 세제, 스킨케어 라인, 스킨케어 세정라인 등 다양한 신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내년에는 일본, 미국 등 해외로도 진출할 계획이다.

“지속가능한 기업의 특징 중 하나로는 연구개발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한다는 게 있습니다. 브랜드도 진정성도 좋지만 좋은 제품으로 승부를 봐야 더 먼 미래에 닿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제로 웨이스트를 실천하는 친환경 기업인 동시에 모든 라이프스타일 부문에서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 박 부대표가 그리는 동구밭의 미래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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