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급성 뇌질환 골든타임 지키기, 뇌혈관 전문병원 활용이 답이다


뇌출혈·뇌경색 같은 뇌혈관질환은 예고 없이 찾아온다. 지난 7월 서울 한 대학병원에 근무하던 현직 간호사가 근무 중 쓰러져 치료받던 중 숨졌다. 개두술(開頭術·두개골을 열어 뇌를 노출해 진행하는 수술)을 집도할 수 있는 신경외과 교수들이 각각 학회와 출장으로 부재중이어서 인근 병원으로 옮겨 수술했으나 끝내 사망했다는 소식에 신경외과 의사로서 매우 안타까웠다.

이후 뇌혈관질환을 포함한 필수의료 활성화를 위한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 중인 것은 고무적이다.

하지만 이런 초응급 뇌혈관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전국 뇌혈관센터 55개소의 78.2%(43곳)가 수도권이나 대도시에 편중돼 있는 것은 또 다른 문제다. 수도권과 지방 중소도시 간 의료서비스 불균형이 매우 심해 지방에 사는 사람은 골든타임 내 응급 뇌혈관질환 치료를 받기가 쉽지 않은 현실에 살고 있다.

현재 급성 뇌경색은 치료 트렌드가 많이 바뀌었다. 과거의 뇌경색 치료는 진단 후 신속하게 정맥을 통해 혈전용해술을 시행한 후 신경학적 후유증에 대한 재활 치료 중심이었으나, 지금은 혈관조영실에서 막힌 혈관을 얼마나 빠르게 뚫어 잘 개통하느냐가 치료의 핵심으로 부상했다. 또 급성기 골든타임을 고려해 혈전제거술과 혈관성형술 등 뇌혈관 내 중재치료(Intervention)를 모두 시행할 수 있는 기관이 지역별로 분포되는 것이 중요하다. 그밖에 뇌출혈에 대한 수술 치료와 뇌경색 이후 오는 중증 뇌부종을 치료하기 위한 고난도 뇌수술에 대한 부분도 고려된 뇌혈관센터 체계가 필요하다. 뇌혈관센터가 응급 뇌혈관질환 발병부터 최종 치료를 위해 준비된 병원이라면 모든 치료 체계가 구축된 곳이어야 한다. 그래서 국내 뇌혈관센터 시스템은 변화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전국에 운영 중인 뇌혈관센터만으로는 이 모든 치료를 커버하고 있지 못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으로 전문병원 제도를 활용해야 한다. 보건복지부의 전문병원 지정은 전문성을 갖춘 역량 있는 중소병원을 양성하고 의료전달체계 확립에 기여하기 위해 매분기 까다로운 심사를 거쳐 이뤄진다. 전국의 뇌혈관 전문병원은 에스포항병원(경북 포항), 명지성모병원(서울), 굿모닝병원(대구), 효성병원(충북 청주) 등 모두 4곳이 지정돼 있다. 이런 뇌혈관 전문병원은 병원의 전문화와 특성화를 통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하며 최근 통계를 보면 연간 최소 300건에서 최대 800건 이상의 뇌혈관 수술을 시행하고 있다. 뇌혈관질환 치료 만큼은 상급종합병원과 비교해도 손색 없을 정도의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서 따져봐야 할 문제가 현재 급성 뇌졸중 환자의 응급전달체계다. 급성 뇌졸중이 의심되는 경우 준비된 가까운 뇌혈관 전문병원이 있음에도 ‘지역응급의료센터 이상의 의료기관으로 이송하라’는 이송 병원 선정기준 때문에 시급히 치료를 요하는 뇌혈관 환자가 골든타임을 놓치고 있는 현실이 안타깝다. 단지 병원 규모가 크다고 뇌혈관 환자를 모두 치료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송하는 병원이 응급 뇌혈관 환자를 얼마나 잘 치료할 준비가 돼 있는지 따져봐야 한다.

최근 1년간 급성 뇌졸중으로 본원 응급실을 찾은 환자는 613명이다. 이들 중 21.8%(134명)가 권역응급의료센터 혹은 대학병원을 경유해 왔으며 응급 수술을 받은 환자는 54명(40%)이다. 반면 연고지 관계로 상급병원으로 전원간 6명을 빼곤 본원에서 치료하지 못해 타 병원으로 보낸 환자는 없었다.

좋은 시스템을 잘 갖춰 치료할 준비가 된 병원이 있는데, 법률상 한 문장 때문에 오지 못한다는 게 이 얼마나 안타까운가. 119 중증 응급환자 이송 지침이 효율화된 전달체계로 바뀌어 지역 내에서만큼은 뇌혈관 치료를 위한 네트워크가 잘 구축됐으면 좋겠다.

김문철 대한신경외과학회 뇌혈관질환위원장 (에스포항병원 대표 병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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