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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삼 목사의 신앙으로 세상 읽기] ‘따로’ 아닌 ‘멀리’ 서서 기도하기


하나님이 우리를 선택하셨다는 ‘선민의식’은 문제가 없다. 하지만 ‘우리만’ 선택하셨다는 선민의식은 우리를 하나님의 마음에서 벗어난 ‘독선’으로 흐르게 한다.

누가복음 18장에 보면 유명한 ‘예수님의 비유’가 나온다. 자신을 의롭다고 생각하는 바리새인이 성전에 올라가 ‘따로 서서’ 기도하는 모습과, 스스로를 죄인이라고 생각하는 세리가 ‘멀리 서서’ 기도하는 것을 비교하는 이야기다. 바리새인이 ‘서서’ 기도했다는 것은 별로 문제가 없어 보인다. 서서 기도하는 것은 당시 유대인의 일반적인 기도 자세이니 말이다. 서서 눈을 들고 하늘을 향해 기도하는 것은 찬양과 복종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문제는 ‘따로’ 서서 기도했다는 것이다. 성경의 본래 의미를 가만히 살펴보면, 여기서 ‘따로’라는 것은 문자적으로는 ‘~에게로 향하여’, 그리고 ‘그 자신’이라는 단어의 합성어다. 이 말을 직역하면 ‘자기 자신에게 기도했다’라는 뜻이 된다. 다시 말해 자신의 만족과 자신의 의를 드러내기 위해 기도했다는 말이다. “하나님”이라고 형식적으로 한 번 부르고는 자신의 자랑을 늘어놓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서 흥미로운 것이 있는데, 사실 유대의 율법에 따르면 유대인은 1년에 딱 한 번, ‘대속죄일’에만 금식하게 돼 있다. 그런데 이 사람은 1년에 한 번이 아니요, 일주일에 한 번도 아닌 일주일에 두 번 금식했다고 말한다. 우리말 성경에는 ‘소득의 십일조’라고 되어 있는데, 본래 원문에는 ‘내가 가진 것’의 십일조를 드린다고 자랑하고 있다. 보통 소득의 십일조를 하는데, 이 사람은 자신이 가진 재산의 십일조를 했다고 하니 얼마나 굉장한 사람인가. 지금 이 사람은 ‘기도’라는 형식을 빌려 자신의 의를 자랑하고 있는 것이다.

마태복음 6장에 보면 예수님께서 제자들에게 ‘주의 기도’를 가르쳐 주시기 전에 ‘이렇게 기도하지 말라’고 말씀하신 내용이 있다. 사람들에게 보이려고 위선적인 기도를 하지 말라는 말씀과 은밀한 중에도 보시는 하나님께 골방에서 기도하라는 말씀이 그것인데, 바리새인은 이 말씀에 정면으로 어긋나는 모습이다.

이어서 예수님은 죄 많은 세리가 ‘멀리’ 서서 기도하는 모습에 대해 말씀하신다. 세리는 자신이 하나님 앞에서나 사람들 앞에 선뜻 나설 자격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멀리 서서’ 기도하지 않았을까. 바리새인들이 지성소에서 가장 가까운 곳에 ‘따로’ 서서 기도할 때, 세리들은 지성소에서 가장 먼 곳에서 ‘멀리’ 서서 기도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상상하건대 바리새인들은 머리를 들고 기도했지만 세리는 머리를 떨구고 기도했을 것이다. 바리새인의 기도에 비하면 세리의 기도는 아주 간결하다. “하나님 불쌍히 여겨주세요. 저는 죄인입니다!”

세리와 바리새인은 지금 같은 시간에 같은 성전에서 기도하고 있다. 바리새인은 자신의 기도를 누군가 들어줬으면 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자랑하고 있지만, 세리는 지금 이 순간 누구도 의식하지 않고 있다. 세리의 기도가 하나님 앞에 의롭다 인정받게 된 이유는 명확하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며, 하나님이 받으시는 기도를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두 종류의 서로 다른 기도가 한국교회에 주는 큰 깨달음이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국교회는 당당하게 머리를 들고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우리 교회가 이런저런 일을 했으니 자랑스럽다고 말이다.

물론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흉내 낼 수 없는 엄청난 일을 했다는 사실을 부인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종교적 행위’를 자랑했던 바리새인의 기도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게 된다. 언제부터인가 자랑스러운 마음을 앞세우다 보니 하나님을 향한 간구가 사라져 버렸고, 하나님 앞에서 크게 뉘우치며 회개하는 기도가 사라져버렸다. 우리 스스로는 의롭다고 생각하는데 하나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는다. 지금은 한국교회와 우리의 신앙에 세리의 기도가 필요한 때다. ‘따로’ 서서가 아니라 ‘멀리’ 서서 기도하는 자세 말이다.

(만나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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