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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조용한 사직’ 무풍지대?… 부교역자들 “더 이상 못버텨”

열악한 처우에 번아웃까지
대형교회 부목, 기업체에 이력서


최근 MZ세대 사이에서 ‘조용한 사직(Quiet Quitting)’ 바람이 불고 있다. 조용한 사직은 ‘실제 퇴사하진 않지만 자신이 맡은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는 업무관’을 의미한다. 이같은 추세는 더 이상 젊은 직장인뿐만 아니라 교회에서 사역하는 부교역자도 예외가 아니다. 교회별로 부교역자를 위한 대처방안이 모색될 때다.

조용한 사직은 지난 7월 미국 뉴욕의 20대 엔지니어 자이들 플린이 자신의 SNS에 처음 언급하면서 눈길을 끌었다. 이후 언론보도 등이 이어지면서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됐다. 과거 ‘열정페이’ 문화가 당연하게 여겨지던 것과 달리 일을 대하는 젊은 세대의 가치관이 크게 바뀌었다는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문화선교연구원(원장 백광훈) 임주은 연구원은 최근 ‘콰이어트 퀴팅은 조용한 체념인가 혹은 변화의 움직임인가’를 제목으로 한 칼럼에서 “한국 부교역자들이 ‘섬김과 노동 사이’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고 업무량에 치여 번아웃(탈진) 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특히 “(헌신페이로 인해) MZ세대 사역자들의 마음과 영혼이 지쳐있다. 이는 사역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면서 “최근 교회에서 파트타임 사역자 청빙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교회의 부교역자가 처한 상황은 어느정도 수치로도 드러난다. 지난 8월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통계에 따르면 부목사(전임 기준)의 1주일 평균 근무 일수는 5.7일, 하루 평균 근무 시간은 9.8시간인 것으로 나타났다. 부목사들은 일반 직장인들보다 평균 40%가량 더 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열악한 사정이라고 해서 소극적 업무로 일관하기엔 부교역자 사역은 특별하다. 구령(영혼구원) 사역을 우선시하는 목회 특성상 일반 직군처럼 긴장을 늦추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아예 목회 현장을 떠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 수도권 대형교회에서 사역하던 한 부목사(교회학교 담당)는 최근 일반 회사에 이력서를 냈다. 높은 업무 강도와 적은 사례비 때문에 기본적인 생활조차 어려웠기 때문이다. 교회 사역을 내려놓는 결정을 하기까지 긴 고민의 시간을 거쳤다. 이러한 고민은 비단 이 부목사만의 것이 아니었다.


교회학교 부교역자로 10년째 사역하고 있는 MZ세대 부목사인 A씨(33)는 13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부교역자의 업무량은 너무 많은데 처우는 바닥인 수준”이라며 “뿐만 아니라 각 교회에 존재하는 관례와 부교역자들 간의 위계질서도 존재한다. 젊은 사역자가 감당하기엔 너무 벅찬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전북 지역의 한 교회 부교역자인 B목사(47)는 “최저임금보다 낮은 사례비를 받으면서 기초 생활도 이어가기 어렵지만 사명감 하나로 간신히 버티고 있다. ‘알바’를 해도 이보다 더 나은 대우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는 “이렇다보니 젊은 사역자를 채용하는 것도 너무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부교역자의 처우개선을 위한 목소리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A씨는 “근무시간, 사례비 개선도 중요하지만 더 시급한 문제는 교회 안에 깊이 고인 악습을 타파하고 부교역자들의 마음 건강을 돌볼 수 있는 문화가 형성됐으면 좋겠다”면서 “‘헌신페이’를 당연시 여기는 문화도 이제는 사라져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키워드 콰이어트 퀴팅(Quiet Quitting)=직역하면 ‘조용한 퇴사’란 뜻이다. 정해진 업무 이상으로 일하지 않는 소극적 업무관을 뜻한다. 실제로 사표를 내지는 않았지만, 해고당하지 않을 정도로만 일한다는 의미에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뉴욕타임스(NYT)나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 외신들이 기사를 내놓으며 사회적 현상으로 부각됐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 더 주목받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MZ세대를 중심으로 실제 조용히 회사를 그만두는 현상까지 아우르고 있다.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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