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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일본 안보전략서 독해법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장


일본 정부가 3가지 안보전략 문서를 국가안전보장회의와 내각의 결정을 거쳐 지난 16일 발표했다. 2013년에 이어 새롭게 발표한 국가안보전략서, 종전의 방위계획대강을 개칭한 국가방위전략서, 그리고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이다. 일본 정부는 이들 안보전략 문서 공표를 통해 기존 방위정책 기조에서 벗어나는 몇 가지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우선 그동안 자민당 등을 중심으로 논의돼 오던 소위 ‘반격 능력’ 보유를 처음 명문화했다. 반격 능력이란 잠재적 위협 국가가 일본에 공격을 가해 올 때 반격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말한다. 이를 위해 일본은 이전의 미사일 사거리 규제를 탈피해 사거리 1000㎞ 이상의 중거리 지대함, 공대지, 함대지 미사일 등을 구입하거나 국산화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또 다른 변화는 향후 5년여에 걸쳐 국내총생산(GDP) 대비 1% 수준이던 방위비 비중을 2% 수준까지 확대하기로 한 점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직면해 나토(NATO) 국가들이 표준적으로 GDP 대비 2% 수준으로 방위예산을 증액한 사례를 일본도 따르게 된 것이다. 또한 대학·기업 등 민간부문이 갖고 있는 첨단 과학기술을 안보상 목적으로 군사장비 개발에 활용할 수 있는 길을 공식적으로 열어놓게 됐다. 엄격한 평화주의 이념하에 민간대학에서 군사 관련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금기시됐던 관행에 비춰 보면 큰 변화라고 할 만하다.

이 같은 일본의 변화에 대해 국내 일부 정치인과 언론에선 부정적 평가를 내리고 있다. 특히 독도 영유권 주장이 안보전략서들에 포함된 것에 반발하며 이를 삭제하라고 요구하거나, 일본이 군사대국의 길을 가게 됐다고 경계하는 의견들이 그것이다. 다만 안보전략서들에 나타난 방위정책의 변화 추세는 중국의 공세적 군사활동 확대,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증강, 나아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과 같은 국제안보질서의 더 큰 구조적 변화 속에서 독해돼야 한다.

중국은 대만에 대한 통일 주장을 지속적으로 밝히면서 무력행사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지난 8월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시기에는 일본 측 배타적 경제수역과 중첩되는 대만해협 방면으로 수발의 미사일을 발사하기도 했다. 북한의 핵 능력 강화 및 미사일 개발은 한국뿐만 아니라 일본의 안보 우려 요인이 된 지 오래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의 전술핵 사용 가능성 시사는 러시아와 남부 쿠릴열도를 둘러싸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는 일본에 안보 불안 요인이 되고 있다. 일본의 안보전략은 미국의 국가전략과 마찬가지로 국제안보 정세의 불확실성 고조에 대응하는 의미를 갖는 것으로 해석돼야 한다.

지난 10월에 미국도 국가안보전략서와 국가국방전략서, 핵태세보고서를 발표했다. 미 전략문서들에서도 중국의 공세적 군사활동 강화 등을 지적하면서 이제 탈냉전 시대는 종언을 고했고, 주요 강국들의 경쟁시대가 전개되고 있다고 선언한 바 있다. 특히 조 바이든 정부는 향후 10년이 결정적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전망하면서 국내적으로 경제 및 과학기술, 군사력 분야의 경쟁력 강화, 대외적으로 동맹 및 파트너 국가들과의 강화된 연대를 표명하고 있다.

이웃 나라 일본이 미국과 함께 국제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에 대응하기 위해 안보 태세를 강화하는 것은 우리 안보에 긍정적 자산이 될 수 있다. 대만에 대한 중국의 공세적 행동, 혹은 북한의 공격적인 미사일 발사 행태 등을 억제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반일 내셔널리즘 시각으로 일본의 안보정책 변화를 협소하게 받아들인다면 우리의 안보 태세를 오히려 약화시킬 수 있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향후 10년 이상에 걸쳐 국제안보 정세의 불확실성이 일층 가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주변국의 안보정책 변화를 면밀하게 파악하고 대응하는 분별력이 요구되고 있다.

박영준 국방대학교 안보문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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