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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국민연금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나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국회 연금특위 자문위원과 국민연금재정계산위원회 위원으로 참여하는 필자로서는 ‘국민연금을 더 내고 더 받는 쪽으로 합의했다’는 최근 언론 보도가 너무도 황당했다. 특위 자문위원회가 아직도 논의 방향을 조율하는 단계에 머물러 있어서다. 특위 보고일이었던 지난 3일 특위 자문위원 단톡방이 호떡집에 불난 것처럼 시끄러웠던 이유다.

그러면 논란이 된 ‘더 내고 더 받는 방향’으로 국민연금 개편이 가능은 한 것인가? 2018년 4차 재정계산에서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다고 주장한 쪽에서는 현재 9%인 보험료를 2% 포인트 더 부담하면서 연금 지급률을 45%로 5% 포인트 더 올리면 기금 소진 시점이 몇 년 연장되니, 이를 재정안정화 방안이라 부르면서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주장은 ‘기금 소진 시점 몇 년 연장은 재정안정화의 본질이 될 수 없다’는 입장과 대비된다. 기금 소진 시점 위주의 재정평가가 아닌 처음 국민연금에 가입하는 사람이 사망하는 시점까지의 기간을 재정평가기간으로 설정해야 올바른 평가를 할 수 있다고 봐서다. 가령 20세에 국민연금에 가입했다면 사망 시점인 85∼90세가 되는 시점까지의 국민연금 재정상태를 보여주면서 ‘더 내고 더 받을 수 있다’는 유의 논쟁이 진행돼야 한다는 거다. 2003년부터 국민연금 재정평가기간을 70년으로 설정한 배경이기도 하다.

문제는 연금 지급률을 더 올리지 않더라도 기금 소진 후에는 일시에 보험료율을 38% 이상으로 올려야 한다는 점이다. 참고로 지금부터 인용하는 수치는 최근에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필자 연구 책임의 보고서에 수록된 내용에 근거한다. 지난 25년 동안 9%의 국민연금 보험료율을 단 1% 포인트도 올리지 못한 게 우리다. 오랜 기간 단 1% 포인트도 못 올렸으면서 기금 소진 이후에는 38% 수준까지 올려야 하는 국민연금의 현실을 외면한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이유다.

“재정평가기간이 짧으면 연금 기여액은 모두 잡히나, 미래 지출액 상당 부분이 재정평가에서 누락돼 낙관 편향적인 재정전망이 이뤄지게 된다.” 공적연금의 재정평가기간에 대해 독일 천재 통계학자인 렉시스의 ‘렉시스 다이어그램’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내용이다. 우리가 연금제도를 배워 온 일본 국민연금과 공무원연금은 100년 뒤에도 연금 줄 돈을 가지고 있다. 캐나다는 150년 뒤에도 연금 줄 돈 100%를 확보하고 있다. 일본 사례는 보건복지부 이기일 1차관 등이 지난달 일본 후생노동성을 방문해 확인한 내용이다.

2018년 국민연금 재정계산에 따르면 2057년 기금 소진 이후 70년의 재정평가연도 말인 2088년까지의 누적적자가 1경7000조원이었다. 필자 연구진의 최근 추정에 따르면 2092년까지 누적적자는 2경2650조원으로 늘어난다. 현재가로 환산하면 7752조원 수준이다. 세계은행 등에서 사용을 권장하는 국민연금 미적립 부채는 이미 1500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정된다. 이미 지급 약속한 국민연금 총액이 2500조원 정도가 되다 보니 적립금 900조원을 감안해도 1500조원 이상에 달하는 지급액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국민연금 지급액을 더 올리지 않더라도 미적립 부채는 빠르게 늘어난다. 보험료율을 20% 이상으로 올려야 늘어나지 않을 터인데 단 9%만 부담하고 있어서다. 이 상황에서 보험료 몇 % 포인트 올리는 조건으로 지급률을 더 올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몇십 년은 버티겠으나 기금 소진 이후의 대한민국호는 파국을 면하기 어렵다.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공멸의 길인가, 세대 간 상생의 길인가? 선택의 골든타임도 이미 지났다. 지금부터라도 국민과 정보를 공유하면서 수습할 길을 찾아야 한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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