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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미국·브라질 덮친 정치 양극화 후폭풍… 한국도 위험하다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브라질 대통령을 지지하는 시위대가 지난 8일(현지시간) 수도 브라질리아 의회에 난입해 지붕 위에 올라간 모습. 시위대는 의회 앞에 설치된 바리케이드를 넘은 뒤 문과 창문 등을 부수고 안으로 침입했다. AFP연합뉴스

“소스코드를 공개하라.” 브라질의 대통령궁과 의사당, 대법원에 난입한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 지지자 수천명은 이런 구호를 외쳤다. 보우소나루가 패배한 지난 대선은 조작된 것이 분명하니 전자투표 시스템의 소스코드를 내놓으라는 거였다. 외부 독립기관의 숱한 검증을 거쳤고, 심지어 군이 개입해 벌인 사전조사에서도 아무 결함이 발견되지 않았지만, 이들은 투표가 조작됐다고 확신했다. 보우소나루가 오래전부터 세뇌하듯 퍼뜨린 선거부정 음모론을 철석같이 믿었다. 1.7% 포인트의 근소한 표차로 대선 승부가 갈리자 군부대로 몰려가 쿠데타를 촉구하더니 급기야 직접 정부 시설을 침탈했다. 포퓰리즘 정치인의 터무니없는 음모론이 집단 망상을 낳았고, 그것에 사로잡힌 이들은 폭도가 됐다. 배경에는 좌우 진영으로 극명하게 갈라진 정치 지형이 있었다. 내 편의 패배를 인정하는 대신 민주주의 시스템을 부정하는 정치 양극화의 예고된 참사다.

보우소나루 지지자들의 행태가 2년 전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의사당 난입과 너무도 흡사하다는 사실에 놀란 미국 언론은 양극화와 극단주의의 ‘전염’이란 표현을 썼다. 브라질 대선과 미국 대선은 모두 초박빙 승부였고, 두 선거의 패자는 닮은꼴 포퓰리스트였으며, 그들이 퍼뜨린 음모론에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폭동이 벌어졌다. 양당제 미국 정치의 어처구니없는 사건인 줄 알았던 일이 다른 나라에서 복사하듯 똑같이 반복됐다. 전염이란 말에는 정치 양극화와 그 후폭풍이 세계적 흐름을 형성해 번져나갈지 모른다는 우려가 담겨 있다.

우리도 이런 추세로부터 결코 자유롭지 않다. 지난 대선에서 0.7% 포인트 차이로 양분된 선거지형을 확인했다. 정치권에서 “대선 불복”이란 말이 공공연히 나오고, 일상에선 정치적 진영이 사회적 관계를 좌우하는 상황이 됐다. 음모론을 맹신하는 집단이 존재하며, 상대 진영을 악마화하는 행태가 일상화했다. 미국과 브라질 민주주의가 공격당한 사태를 남의 일로 여길 수 없는 처지다. 민주화 이후 가장 위태로운 상황인 한국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 개헌을 비롯해서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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