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사설

[사설] 택배노조 교섭권 인정한 법원… 불법 파업 극복 계기 돼야

택배 기사들이 서울시내의 CJ대한통운 지점에서 배송할 물건을 차에 싣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행정법원이 하청업체인 대리점에 노무를 제공하는 택배노조의 단체교섭 요구를 원청업체인 CJ대한통운이 거부한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임금 지급을 목적으로 근로계약 관계를 맺은 경우로 사용자를 엄격하게 제한한 대법원 판례와 달라 파장이 크다. 아직 상급심의 판단이 남아 있는데다 하청·파견·용역 등 간접고용노동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판결은 최근 극단적 노사 갈등의 원인이었던 노동시장 이중구조를 다시 생각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열악한 노동 환경과 차별 속에서 일하면서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간접노동자를 방치해서도, 이들의 불법적인 극한 투쟁을 더이상 용납할 수도 없기 때문이다.

택배노조는 2017년 정부로부터 인정을 받았지만 처우 개선을 위한 사측과의 협상은 진전이 없었다. 법적으로 교섭 대상은 하청인데 실질적 결정권은 원청에 있어서다. 택배기사 과로사가 사회 문제로 떠오른 2021년 정치권이 중재에 나서 사회적 합의를 도출했으나 이행 여부를 둘러싼 노사의 극한 대립은 끝나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대화와 타협은 완전히 실종됐다. 지난해 6월 대우조선해양의 선박 생산라인을 완전히 정지시킨 하청노조의 파업, 11~12월 화물연대의 운송거부 사태도 마찬가지다. 노조는 원청과의 직접 대화를 요구하며 극단적 투쟁을 벌였고, 원청은 대화를 거부하며 하청에 책임을 미뤘다.

책임 있는 당사자인 원청이 직접 교섭에 나서라는 법원 판결은 노사가 함께 머리를 맞대도록 자리를 마련해준 것이다. 기업이 노동의 정당한 대가를 요구하는 노조와의 협상을 회피하는 것은 곤란하다. 어떻게 협상을 벌여 어떤 결과를 만들지는 전적으로 교섭에 나서는 노사의 몫이지만 정부는 이를 위한 공정하고 상식에 맞는 틀을 만들어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노조도 사회적으로 합의된 법과 제도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