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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맞불 놓듯 던진 李 개헌론… 더 진지한 접근이 필요하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2023 신년 기자회견 '민생·민주·평화 지키겠습니다!'를 열고 발언하고 있다. 이한결 기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신년 기자회견을 열어 개헌을 주장했다. 대통령 4년 중임제와 대선 결선투표제 등을 제시하면서 3월쯤 민주당의 개헌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내년 총선에서 개헌 국민투표를 함께 실시하자는 일정도 언급했다. 그의 말처럼 올해로 36년째인 ‘87년 헌법체제’는 수명을 다했다. 시대가 바뀌었고 우리 사회는 달라졌다. 한층 복잡하고 첨예해진 갈등을 녹여낼 새로운 그릇이 필요하다. 개헌을 통한 권력구조 개편과 정치개혁은 국가의 지속과 도약을 위해 반드시, 또 서둘러 거쳐야 할 관문이다. 역대 정권마다 개헌을 시도했고 국회의장이 바뀔 때마다 그 당위성을 역설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모두가 개헌의 시급함을 인정하면서 아무도 정파적 이해관계를 내려놓지 않은 탓에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진지한 논의가 벌어지지 못했다.

이 대표의 개헌론에서도 그런 진지함이 읽히지 않았다. 그는 맞불을 놓듯이 개헌을 꺼냈다. 윤석열 대통령이 연초에 정치개혁 어젠다로 중대선거구제를 내놓자 그에 맞설 폭발력 있는 의제로 개헌을 들고 나왔다는 인상이 짙다. 이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선거제 개편과 관련해 “소선거구제는 대통령제와 친하고 중대선거구제는 내각제와 친하다”며 “(중대선거구제가) 유일한 방안이냐에 회의적”이라고 했다. 그가 이런 입장을 드러내면서, 윤 대통령의 중대선거구제와 이 대표의 개헌은 정치개혁 의제로 맞붙는 구도가 됐고, 당장 여당에선 “개헌론을 통해 사법 리스크를 희석하려 한다”는 비판적 반응이 나왔다. 이런 식의 접근법은 지난한 개헌 논의의 장을 여는 데 결코 도움이 될 리 없다. 개헌은 정치적 포석으로 써도 될 만큼 가볍고 한가한 의제가 아니다.

이 대표가 제시한 개헌의 내용도 한국 정치의 폐해를 치료하기에 충분할지 의문이 든다. 그는 4년 중임제를 통한 책임정치, 결선투표제를 통한 정책연대 제도화, 국무총리 국회 추천제를 통한 제왕적 대통령제 극복을 말했다. 지금 가장 필요한 개혁은 우리 사회를 둘로 갈라놓은 정치 양극화의 병폐를 해소하는 일이다. 지난 몇 년간 가열돼온 극단적 진영 갈등은 정치를 넘어 사회 구석구석에 깊은 상처를 내고 있다. 그것이 곪아 터진 암울한 모습을 미국과 브라질의 폭동 사태가 생생하게 보여줬다. 진정 개헌을 말하려면 임계점에 이른 진영 정치의 문제를 정면으로 지적하며 대화와 타협과 통합의 그릇이 될 권력구조를 논해야 한다. 이것이 빠진 개헌론은 허무한 수사(修辭)에 그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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