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만사] 모두가 김만배의 사람들

임성수 사회부 차장


대법관과 특별검사, 정치인이 그의 사람이었다. 화천대유자산관리 대주주 김만배씨가 법조계와 정계에 구축해놓은 막강한 ‘형, 동생’의 네트워크는 거대한 카르텔과 같았다. 김씨는 불법과 로비를 동원해 일확천금을 좇은 부동산 개발업자에 불과했지만, 그가 구축해 놓은 세계에서 그는 법 위에 있는 권력자였다. 그가 대장동 일당에게 “김만배 방패가 튼튼하다” “이지스함이야, 김 이지스” “이 큰 사업(대장동 개발)을 해서 언론에서 한 번 안 두들겨 맞는 것 봤냐”고 말한 대목은 권력에 취한 김씨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권력을 가진 이들이 모두 자기 사람이므로 김씨는 두려울 것이 없었다.

권순일 전 대법관은 퇴임 두 달 뒤인 2020년 11월부터 화천대유에서 고문 자격으로 일했다. 검찰 특수수사의 상징과 같았던 박영수 전 특검은 2015년 화천대유 설립 당시부터 고문 변호사로 있었다. 유명 대기업도 아니고 이름조차 생소한 신생 부동산 개발업체에 법조계 최고 인사들이 자기 이름과 함께 평생 쌓아온 명예를 내줬다. 이들 외에도 곽상도 전 국민의힘 의원 등이 이른바 김씨의 ‘50억원 약속 클럽’에 속한 것으로 거론된다. 그뿐만 아니다. 대장동 개발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김씨 일당과의 유착 관계를 의심받고 있다. 김씨와 이 대표 측근들은 ‘의형제’를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이 대표 측근들을 이미 관련 의혹으로 구속했다.

대장동 부패 네트워크의 한 축엔 부끄럽게도 언론이 있다. 대장동 사태 장본인인 김씨 스스로가 ‘법조 기자’였다. 그에게 돈을 받은 이들 중에도 기자가 있었다. 김씨가 어느 기자에게 아파트를 사준다며 대장동 일당에게 6억원을 받아갔다는 진술이 알려졌을 때도 그저 허풍이겠거니 했다. 기자가 그런 거액을 받을 만한 힘도, 그 돈을 받고 해줄 수 있는 일도 없다고 생각했다. 돈을 추적해보니 사실이었다. 한 일간지 기자는 김씨에게 9억원을 받아 서울 아파트를 분양받았고, 다른 일간지 기자도 억대의 금전 거래를 했다. 모두 주요 매체의 핵심 간부였다. 김씨가 언론계에도 돈을 뿌린 이유가 언론에 미리 ‘보험’을 들기 위해서인지, 아니면 그저 주체할 수 없는 떼돈으로 흥청망청한 것인지는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김씨가 자신뿐만 아니라 동료들까지 ‘검은돈’으로 타락시키며 언론계 전체에 침을 뱉었다는 사실이다.

김씨도 들어봤을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All The President’s Men)’은 1970년대 리처드 닉슨 미국 대통령의 워터게이트를 추적했던 워싱턴포스트의 젊은 기자, 밥 우드워드와 칼 번스타인의 취재기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할 공직자들이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 한 명만 추종하는 현실이 기가 막혀 제목을 그렇게 지었다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은 아니었다. 대통령의 사람이 되길 끝까지 거부한 이들이 있었다. 기자들이었다.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그래서 역설적인 제목이다.

김씨는 정·관계, 언론계에 속한 이들이 모두 내 사람이라 생각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 2021년 대장동 의혹을 처음 용기 있게 보도한 사람은 김씨와 비슷한 연배의 박종명 기자였다. 박 기자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지방의 작은 인터넷 매체 기자이지만 여전히 대장동의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열심히 기사를 쓰고 있다”며 “옳은 일을 했다는 긍지와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김씨가 만들어 놓은 거미줄 같은 부패 커넥션을 파헤치는 이들도 젊은 법조 기자들이다. 김씨와 그의 ‘형, 동생’ 기자들에겐 저널리즘 따위야 그저 돈 안 되는 비즈니스일 뿐이겠지만, 해야 할 일을 하는 기자들은 지금도 진실을 추적하며 쓰러져가는 저널리즘을 붙잡고 있다.

임성수 사회부 차장 joyls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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