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무더기 적발된 마약사범… 강력한 단속 외엔 길이 없다

미국 국적 가수 안모(40)씨가 미성년 자녀와 함께 사는 집 거실에 안씨가 직접 재배한 대마 줄기가 걸려 있는 모습. 서울중앙지검 제공

대마를 유통·흡연해온 부유층 마약사범 20명이 무더기로 적발됐다. 남양유업 고려제강 대창기업 한일합섬 등 재벌가 2·3세와 전 경찰청장 아들, 연예인이 포함됐다. 유학 시절 마약을 접한 이들은 국내에서도 계속하기 위해 재미교포 공급책을 두고 독자적인 유통망을 구축했다. 연초 형태보다 환각성이 10배 높은 액상 대마를 사용하거나 대마를 직접 재배하기도 했다. 어린 자녀가 있는 집에서, 아내와 태교 여행 중에 피운 경우도 있고, 대마를 피우다가 대마 판매를 직업으로 삼은 이들도 있었다. 이들의 행태는 마약이 한국 사회에 얼마나 손쉽게 침투하는지, 마약 경각심이 얼마나 무뎌져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된 배경에 미온적인 단속과 처벌이 있었음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번 사건에서도 그 단면이 드러났다. 지난해 재미교포 공급책을 검거한 경찰은 그의 집에서 대마 재배시설을 발견하고도 추가적인 수사 없이 사건을 송치했다. 검찰이 그의 휴대전화 메시지, 송금내역, 우편물 등을 추적하며 보완수사를 벌이지 않았다면 부유층 마약 네트워크는 적발되지 않았을 것이다. 이는 10대 마약사범이 지난 10년간 11배나 증가하고 공무원 등 공적 영역에까지 마약이 빠르게 퍼지는 상황에서 일선 수사망이 느슨했음을 말해준다. 서둘러 고삐를 죄지 않으면, 연간 수만명이 마약에 목숨을 잃는데도 이를 통제하지 못해 쩔쩔매는 미국 등지의 암담한 상황이 우리의 현실로 닥쳐올 수 있다. 마약 단속은 전쟁하듯 벌여야 한다.

법무부가 전국을 4개 권역으로 나눠 마약범죄특별수사팀을 설치하고, 마약 유통 루트인 다크웹 전담수사팀을 신설키로 했다. 1999~2002년 연간 1만명을 웃돌던 마약사범이 2003~2006년 연간 7000명 수준으로 떨어졌던 것은 바로 강력한 단속의 결과였다. 지난해 마약사범은 1만5000명을 훌쩍 넘겨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 급증세가 꺾일 때까지 마약과의 전쟁을 중단해선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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