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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시계·구불구불한 길… 세상과 소통할 연결고리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수상 13인
KCDF갤러리서 내달 1~20일 전시

세상과 소통하려는 이들의 간절한 마음은 로봇이 됐고, 시계가 됐다. 구불구불한 길이 됐다. 그래서 각각을 ‘로봇 작가’ ‘시계 작가’ ‘길 작가’라고 별명 지어도 좋을, 새로운 상상력으로 번득이는 신진 작가들의 전시가 열린다.

대상 김경두 작가의 또 다른 출품작 '건맥츠'

우리나라 대표 원로 미술가 이건용 작가와 함께하는 국민일보 아르브뤼미술상 공모에 선정된 젊은 작가 13인의 전시 얘기다. 2월 1일부터 20일까지 서울 종로구 인사동 KCDF갤러리에서 개최된다. 아르브뤼미술상은 국민일보가 창간 34주년을 맞아 장애인과 비장애인 구분 없이 살아가는 ‘경계 없는 세상’을 만드는데 기여하기 위해 기획됐다. 국민일보가 추진하는 이 상은 사회적 약자를 지원하는 복지의 개념을 탈피하고 순수하게 미술의 관점에서 기획 운영된다는 점에서 기존 수상 제도와 다르다. 심사에는 심상용 서울대 미대 교수(서울대 미술관장), 백기영 서울시립미술관 북서울운영부장, 김노암 서울문화포럼 운영위원 등 3인이 참여해 전문성을 높였다.

대상 수상자인 김경두(34) 작가는 숫자만 크게 나온 대형 달력 뒷장에 0.2㎜ 샤프로 자신만의 로봇 세계를 구축한다. 처음 키 1∼2㎝ 작은 로봇을 그리던 그는 2014년부터는 공룡, 시계, 피아노, 얼굴, 인공위성 등 친숙한 이미지를 몸통으로 해서 팔 다리가 뻗어가는 대형 로봇을 그린다. “일상과 TV 등에서 본 이미지는 1%, 나머지 99%는 상상력에 의한 것”이라고 말하는 김경두의 로봇은 기하학적 형태미가 놀랍다. “큰 로봇에는 강인해지고 싶은 마음이, 작은 로봇에는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고 싶은” 작가의 마음이 투영됐다.

최우수상 윤진석 작가의 수상작 '시계는 리듬을 타고!'

최우수상 윤진석(25) 작가는 ‘엄∼마’ 다음으로 말문을 튼 단어가 ‘시, 시계’였을 정도로 유아기부터 시계에 빠졌다. 윤 작가의 어머니는 26일 전화 인터뷰에서 “낯선 장소에 가는 걸 싫어하던 아이가 어느 장소에든 항상 있는 시계를 친구처럼 받아들인 것 같았다”고 말했다. 전시장에는 시계를 좋아하던 그가 유년시절 식당, 정육점, 수영장 등에서 봤던 시계들이 기억 속에서 꺼내져 캔버스에 나열돼 있다. 캔버스에 그린 시계를 오려서 다시 캔버스에 오브제처럼 붙이는 등 제작 기법상의 변화도 눈에 띈다. 또 수평으로 나열하던 시계를 처음으로 리듬감 있게 배치하며 새 시도를 한 것이 이번에 당선의 영광을 안았다.

우수상 신현채 작가의 수상작 '나의 감정 친구들'

우수상 신현채(24) 작가는 어릴 적 동식물 도감, 브래태니커 백과사전, 천자문 등을 통째로 외웠지만 머리조차 빗지 못하는 자폐가 심한 아이였다. 유일하게 배우지 않고 잘 할 수 있었던 놀이가 그림 그리기였다. 고교까지 특수학교를 다녔지만 그림 실력을 인정받아 대학에서 시각디자인을 전공한다. 작품들 속에 등장하는 수많은 캐릭터는 작가의 감정을 대변한다. 큰북 작은북 캐릭터는 특수학교시절 밴드부 활동시간에 큰소리를 내도 아무도 야단치지 않아 마음이 시원했던 때의 즐거움이, 서식지를 잃어가는 도룡뇽 캐릭터에는 졸업 후 진로에 대한 자신의 불안감이 담겼다. 분노가 치밀 때의 마음은 검은박쥐꽃 캐릭터에 담았다. 작가는 이런 작품에 ‘나의 감정 친구들’이라는 제목을 붙였다.

장려상 김동현 작가의 수상작 '동서남북 동물열차'

김동현, 박성호, 박찬흠, 박태현, 서은정, 이다래, 이민서, 이은수, 최노아, 한승민 등 10명의 장려상 수상작도 풍성한 볼거리다. 고등학교 도서관 사서 보조로 일하는 김동현(30) 작가는 어릴 때 양초를 전국 사찰에 납품하던 아버지의 트럭을 타고 전국 도로를 누빈 덕분인지 길(여행)에 푹 빠졌다. ‘길은 멀고 종이는 작아’ 구불구불하게 그려 넣고, 때로는 다른 종이를 덧대 이어붙이며 그린 길에는 그가 상상한 정류장, 기차역 이름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아버지 김원용씨는 “공책에 길을 그리면 낙서하는 줄 알고 못하게 혼냈는데 중학교 때 특수반 미술교사가 그게 작품이라고 해서 후회했다”고 수화기 너머로 웃으며 말했다. 어릴때 본 무지개에 홀렸던 이은수(24) 작가는 세상의 풍경을 무지개와 과자가 있는 성으로 바꾸는 마법을 부린다.

장려상 이은수 작가의 수상작 '무지개새가 있는 풍경'

아르브뤼미술상 전시에는 수상작 13점 외 22점이 추가 전시된다. 전시가 오픈되는 2월 1일 오후 2시에는 시상식이 진행되며 11일 오후 2시에는 김경두 작가의 시연회 및 관객이 함께하는 참여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전시와 함께 아르뷔르미술상을 기념해 수상 작가들의 작품으로 디자인한 2023년 달력을 현장에서 판매한다.

손영옥 문화전문기자 yosoh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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