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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노인 연령 기준에 매몰된 무임승차 논의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서울시 대중교통 요금 인상과 맞물려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한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는 제도 명칭이 사회적 논의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어가고 있다. 1980년 시작돼 핵심적 교통복지 정책으로 자리매김한 ‘도시철도 무임승차’는 노인복지법 제26조(경로우대)에 근거를 둔다. 이를 ‘경로 무임승차’라고 부르다 보니 엉뚱하게 ‘노인의 연령 기준’을 가지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100세 시대를 맞아 65세는 노인 축에도 속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무임승차에 대해 우리가 먼저 따져봐야 할 건 이런 교통복지 제도가 왜 필요한지와 소요되는 비용 대비 충분한 사회경제적 효과가 있는지 여부다.

이동의 자유는 사회경제 활동의 필수 요소다. “국가는 사회경제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교통권을 보장 및 강화할 필요가 있고, 국민이 신체적·사회적·경제적·지역적 여건에 따라 차별받지 않도록 할 의무를 지니고 있다.” 2010년 추진했던 교통기본법에 명시된 문구다. 그러나 현실은 갈수록 빨라지는 은퇴 시기와 일자리 감소 때문에 노년층 빈곤율은 40.4%로 비노년층 10.6%의 4배에 가깝다. 은퇴자에게는 지하철 한 번 타는 것도 부담스럽다는 의미다. 그렇다면 지하철 무임승차 대상 축소를 논의하는 대신 전국 어디서나 이용 가능한 버스로까지 확대하는 것을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대구시가 최근 발표한 ‘시내버스 무상 이용제도’가 반가운 이유다.

무임승차는 비용편익비율(B/C)이 매우 높은 생산적 복지 정책이다. 보편적 복지에 대한 주된 비판은 엄청난 비용 투입에 비해 효과는 미미한 단순 퍼주기식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무임승차는 비용 대비 효과가 수차례 검증된 바 있다. 관련 연구에서 밝힌 대로 65세 이상 무임승차로 인해 의료비 절감, 자살 및 우울증 감소, 교통사고 절감, 기초수급생활보장 예산 절감, 도시관광산업 활성화 등 다양한 사회경제적 편익이 발생한다.

무임승차 문제가 정치권 전반으로 확산된 것은 한계에 다다른 도시철도 운영적자 때문이다. 서울교통공사의 경우 적자 규모가 지난해 1조원을 넘었다는 것이 더 이상 놀랍지도 않다. 전국 도시철도 운영기관들의 당기순손실 중 무임승차로 인한 손실이 41%에 달하는 상황에서 초고령사회의 신호탄인 ‘58년 개띠’가 올해부터 무임 대상이 됐다. 그동안 도시철도 운영기관, 광역지자체, 교통전문가 등의 지속적인 문제 제기와 대책 마련 촉구에도 ‘무응답, 무대응’ 전략을 철저히 고수했던 기획재정부가 마침내 공식 입장을 밝힐 수밖에 없게 된 이유다.

기재부의 반대 논리는 명확하다. 지하철 손실 보전은 물론 버스·택시를 포함한 대중교통요금 체계 전반이 국가 사무가 아니라 지자체 고유 사무이므로 국비 지원은 절대 불가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지자체와 운송기관들은 시민단체와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토론회 등을 통해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고, 국회에도 노인복지법 개정과 공공서비스 의무제도(PSO)에 대한 입법화 논의를 강력히 요구한다는 계획이다.

기재부 염려를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다. 올해 정부 예산 639조원 중 보건복지 분야 지출액이 226조원이다. 전체 지출액의 35%를 차지한다. 여기에 무임승차라는 교통복지가 전면적으로 더해지면, 재정 정책의 최우선 과제를 강력한 지출 구조조정과 건전성 관리에 둔 정부로선 난감해진다. 그러나 더 이상 탈출구가 안 보이는 지하철 무임승차에 대해 기재부가 ‘지방 사무’라는 말만 반복하며 회피해서는 안 된다. 지하철 요금 결정도 운영도 지방 사무인 것은 맞는다. 그러나 법률을 통해 ‘공짜로 태워주라고 명령한 자’는 국가다. 이보다 1250원도 큰 부담인 은퇴한 경제적 약자에게 최소한의 이동 자유를 확보해 주는 것은 정부의 책무다. 지금 정부가 보여주는 행태가 밥 사겠다 하고선 밥값 안 내고 도망가는 사람과 다른 게 무언가? 정부가 나서야 된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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