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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하이브, ‘엔터 공룡’의 미래

한승주 논설위원


방탄소년단(BTS)은 2013년 데뷔 초 설움을 많이 당했다. “어차피 너넨 안 돼”라는 말을 수도 없이 들었다. 신생 중소 기획사 빅히트 엔터테인먼트 소속이었기 때문이다. SM·YG·JYP 엔터테인먼트 3대 대형 기획사에 밀려 방송에 얼굴 한 번 내밀기 쉽지 않았다. 방시혁 PD가 세운 빅히트는 이후 BTS의 성공에 힘입어 무서운 속도로 사세를 확장했다. 2021년 서울 용산 신사옥으로 이전하면서 회사 이름을 ‘하이브’로 바꿨다. 공격적인 인수 합병으로 뉴진스 르세라핌 세븐틴 등 잘나가는 아이돌까지 품게 됐다. BTS 팬들만 있던 팬 플랫폼 ‘위버스’에는 올 상반기 세계적 팝스타 저스틴 비버와 아라아나 그란데까지 들어올 예정이다. 하이브는 음악뿐 아니라 IT·게임 쪽으로도 사업 분야를 넓혀가고 있다.

하이브가 지난 10일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할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SM 1대 주주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지분 대부분을 인수하기로 했는데, 거래가 이행되면 국내는 물론 세계에서도 손꼽힐만한 엔터 회사가 된다. 방시혁은 모교인 서울대 졸업 축사에서 “오늘의 나를 만든 건 세상에 대한 분노였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10년 하이브의 성장세는 기어코 순양을 사서 복수하겠다던 드라마 ‘재벌집 막내아들’을 보는 듯하다.

SM은 한류 시장의 개척자다. 보아 소녀시대 샤이니 엑소 NCT 에스파 등이 있다. 이들까지 하이브로 오면 BTS의 군대 공백기도 순조롭게 넘길 수 있다. SM 소속 아이돌의 지식재산권과 기획 노하우까지 합치면 세계 팝 흐름까지 바꾸는 게임 체인저가 될 수 있다. 시너지는 기대되지만 미래가 장밋빛만은 아니다. K팝이 하이브 일색이 된다는 게 가장 우려스럽다. 중소 기획사는 더 설자리가 없어질 것이다. BTS가 성공한 건 비슷비슷한 노래 속에 그들만의 독창성과 진정성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양성은 K팝의 중요한 키워드다. 엇비슷한 기획력으로 K팝이 획일화되는 순간 미래는 어두워진다. 공룡 엔터사의 등장이 K팝에 득이 될지 독이 될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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