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한마당

[한마당] 안타키아, 안디옥의 비극

남도영 논설위원


터키 남동부 안타키아는 과거 로마 시대 ‘동방의 여왕’이라고 불렸다. 인구 50만명으로 수도 로마와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 이은 3대 도시였다. 안티오키아라고 불렸는데, 한국어 성서에는 안디옥이라고 표시된다.

안타키아는 기독교인들에게도 뜻깊은 장소다. 크리스천(Christian)이라는 단어 자체가 당시 사람들이 안타키아 교회 신도들을 부르는 말에서 유래됐다. 사도행전 11장 26절에는 ‘제자들이 안디옥에서 비로소 그리스도인이라 일컫음을 받게 되었더라’고 기록돼 있다. 초기 기독교인들이 이곳에 교회를 세우며 선교의 중심지가 됐다. 안타키아 근처 산기슭에는 성 베드로가 박해를 피해 동굴에서 예배를 드렸던 동굴교회가 남아 있다. 서울 광림교회는 지난 2000년 안타키아 중심지에 안디옥개신교회를 봉헌했다. 많은 기독교인이 성지순례를 위해 안타키아를 찾았다. 안디옥개신교회는 이번 지진으로 무너졌다.

115년 안타키아에 대지진이 일어나 수십만명이 사망했다. 동로마제국 시대인 526년에도 대지진이 일어나 25만여명이 죽고 도시가 폐허가 됐다. 독실한 기독교인이었던 황제 유스티누스 1세가 도시 재건을 시작했으나 2년 뒤 발생한 지진으로 건물들이 다시 파괴됐다. 지난 6일 발생한 지진은 1500년 만에 찾아온 재난이다. 지진 발생지는 아나톨리아판, 아라비아판, 아프리카판 등 세 개의 지각판이 만나는 지점으로 지표면 아래 얕은 곳에서 지진이 발생해 피해가 컸다. 15일 현재 튀르키예와 시리아 양국을 합친 사망자가 4만명이 넘었다. 얼마나 더 늘어날지 가늠조차 힘들다.

정부는 지난 8일 118명 규모의 긴급구호대(KDRT)를 안타키아로 파견했다. 튀르키예 정부가 각국의 구호대를 배정하는 과정에서 안타키아가 우연히 우리 구호대의 담당 지역이 됐다고 한다. 안타키아와 기독교의 인연 때문인지 정부와 여러 봉사단체에는 기독교인들의 후원 문의가 끊이지 않는다. 일부 단체는 이미 현지에서 구호 활동을 시작했다. 안타키아가 비극을 딛고 다시 일어나길 빈다.

남도영 논설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