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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남극의 얼음

고승욱 논설위원


미국 국립빙설데이터센터(National Snow and Ice Data Center)는 1976년 콜로라도 볼더에서 활동을 시작했다. 전 세계에 흩어진 빙하 관련 자료를 한곳에 보관하고 공개한다는 취지였다. 그때만 해도 빙하는 학문적 탐구의 대상에 머물렀다. 과거 빙하기에 지구를 뒤덮었던 눈과 얼음이 지금은 얼마나 남았는지, 빙하의 움직임이 날씨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연구하는 정도였다.

그런데 데이터가 쌓이면서 극지방 얼음이 인류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어마어마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당연히 연구 규모도 점점 커졌다. 항공우주국(NASA)이 뛰어들어 위성 관측 자료를 보탰고, 해군연구소(USNI)는 북극해에서 수집한 잠수함의 소나 데이터를 제공했다. 러시아와 공동 제작한 1950~94년의 북극 관측자료도 가세했다. NASA는 2002년 지구환경 관측 전용 위성 아쿠아를 발사했고, 여기서 수집한 데이터를 NSIDC를 통해 공개했다. 전 지구의 대기 온도, 습도, 해빙(海氷)의 크기 변화, 바닷물 온도 등을 담은 방대한 자료였다. 아쿠아는 2003년 ICESat, 2011년 Suomi NPP, 2018년 ICESat-2로 이어졌다. 아직 지구 궤도를 도는 ICESat-2의 주임무는 극지방의 해빙이 기후 변화에 미치는 영향을 추적하는 것이다.

NSIDC가 지난 14일 공개한 남극 해빙 데이터가 주목을 받고 있다. 해빙 크기가 191만㎢로 관측 사상 최저였던 지난해보다 1만㎢ 더 줄었다는 내용이다. 추세는 2016년부터 매우 가팔라졌다. 말하자면 2016년이 종말의 시작(the beginning of the end)이라는 것이다. 해빙은 바다에 떠 있는 얼음이어서 녹아도 해수면 상승에 직접 영향을 주지 않는다. 그러나 남극 대륙을 최대 2㎞ 두께로 덮은 빙상을 보호한다. 빙상이 녹으면 전 세계 해수면은 2m까지 상승한다. 서울은 물론이고 지구의 웬만한 도시는 물에 잠긴다. 그 전에 바닷물의 온도 변화로 끔찍한 기상이변이 시작될 것이다. 인류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무시무시한 경고가 또 울렸다.

고승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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