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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조용히 나갈 권리

한승주 논설위원


들어가는 건 쉽지만 나오는 건 힘들다. 정확히는 눈치 보인다. 나가기를 누르는 순간 그 방에 있는 모든 이에 나의 ‘방 탈출’이 알려진다. ‘○○○님 나갔습니다.’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의 단체 채팅방 얘기다. 업무상 만들어진 단체방은 일이 끝난 후에도 사담이 이어지곤 한다. 아침마다 날씨, 정치 논평, 뉴스 브리핑, 사진 등이 올라오는 단체방도 있다. 휴일에도 대화가 이어진다. 굳이 대화에 끼고 싶지 않지만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워 탈퇴하지 못한다. 동의 없이 임의로 초대되는 경우도 있다. 이럴 때 조용하고 은밀하게 방을 빠져나올 수는 없을까.

외국 메신저 서비스에는 이런 기능이 이미 보편화됐다. 26억명 넘게 사용하는 미국 메타의 메신저 서비스 ‘왓츠앱’은 누군가 대화방을 나가 인원이 줄어도 채팅방에 나갔다는 알림이 뜨지 않는다. 중국 텐센트가 운영하는 ‘위챗’도 2018년 단톡방에서 조용히 나갈 수 있는 기능을 도입했다. 카카오톡은 작년 말 유료 서비스 이용자들에 한해 이런 서비스를 시작했다. ‘톡 서랍’ 이용자만 만들 수 있는 단체 채팅방에는 조용히 나가기 기능이 있다. 기술적으로는 이미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후 일반 단톡방에도 이 기능을 추가해달라는 요구가 커지고 있다.

급기야 국회에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정호 의원은 23일 “채팅방에서 누구누구 나간다는 메시지가 뜨는 건 개인 프라이버시 침해”라며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업체가 이행하지 않을 경우 과태료를 부과하는 조항까지 담겼다. 이를 두고 환영의 목소리와 과잉 입법이라는 의견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분명한 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다른 이의 시선을 꽤 부담스러워한다는 것이다. 특히 젊은 세대일수록 “제발 저에게 신경 좀 꺼주세요”라고 외치는 듯하다. 세상이 시끄러워서일까. 인간 관계의 피로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조용히 나갈 권리, 주목받지 않을 권리가 더욱 중요해진 요즘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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