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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정시와 학폭

한승주 논설위원


대학입시에서 정시 전형은 공정한 것으로 여겨졌다. 생활기록부를 바탕으로 한 수시 전형과 달리 정시는 대학수학능력시험으로만 평가하기 때문이다. 2019년 ‘조국 사태’로 사회적 공분이 한바탕 끓어오른 후 나온 대안은 정시 확대였다. 소논문, 인턴 프로그램 등의 스펙 없이도 수능만 잘 보면 명문대에 들어갈 수 있으니 말이다. 이후 서울 주요 대학의 정시 비중은 40%까지 늘었다. 윤석열 대통령도 ‘부모 찬스 없는 공정한 대입 제도를 만들겠다’며 정시 확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그런데 이런 정시를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학교생활을 어떻게 했든 수능 성적만 좋으면 합격할 수 있는 정시는 과연 공정한가.

최근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 하루 만에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 아들의 학교폭력이 계기가 됐다. 그는 고교 재학 당시 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에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 퇴학 다음으로 엄중한 조치였지만 그는 정시로 2020년 서울대에 진학했다. 당시 서울대 전형은 수능 성적 100%였다. 징계가 있으면 감점 요소가 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은 있었지만 실제로 반영됐는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그의 생기부에는 학폭 가해자로 강제 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기록이 있다. 수시로 대학 진학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적어도 수시에는 고교 시절 악행을 걸러 대입에 불이익을 주는 장치가 있다. 하지만 정시는 프리 패스다. 생기부를 아예 보지 않는다. 서울 주요 대학이 비슷하다.

가해자는 서울대에 진학했고, 피해자는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다 고교를 자퇴했다. 학폭 피해자가 가해자에게 복수하는 드라마 ‘더 글로리’와는 다른 게 우리 현실이다. 정시를 이대로 놔둘 수 없다는 여론이 뜨겁다. 수시에 비해 전형 시간이 부족하다면 생기부 중 학폭 이력만이라도 체크하면 어떨까. 운동선수 ‘학폭 미투’가 이어진 후 입시 전형이 바뀐 것처럼 말이다. 체육 특기자의 경우 2025학년도부터 학폭 기록이 무조건 반영된다. 교육부는 상반기 중 대입 개편안 시안을 내놓는다. 정시에 학폭이 반영될지가 최대 관심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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