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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10년 만의 채용

태원준 논설위원


현대자동차가 생산직 채용 절차를 시작했다. 원서접수 첫날부터 지원자가 몰려 홈페이지가 다운됐다. 400명을 뽑는데 10만명쯤 응시할 거라고 한다. 억대 연봉, 정년 보장, 각종 복지에다 엄격한 노동법규와 막강한 노조 덕에 ‘워라밸’마저 여타 직종을 압도해 ‘진정한 로또’라 불리고 있다. 지원 자격에 제한이 없어 7급 공무원부터 대기업 사무직까지 들썩이니 ‘국민 오디션’이란 말도 나왔다. 인터넷에선 “행정고시 합격과 현대차 생산직 합격 중 뭐가 좋을까” 따져보는 글도 보인다.

우열을 떠나 현대차 생산직 되기가 행정고시 붙기보다 어려운 건 분명하다. 행시는 매년 있지만, 현대차는 지난 10년간 생산직을 뽑지 않았고 언제 또 뽑을지도 알 수 없다. 내년까지 총 700명을 뽑기로 한 건 지난해 노사 임·단협에 따른 조치였다. 베이비부머 정년퇴직자의 빈자리를 메우라는 노조 압박이 없었다면 안 뽑았을지 모른다.

10년 동안이나 생산직을 뽑지 않은 건 생산을 주로 해외에서 했기 때문이다. 현대차는 1996년 아산공장 건설 이후 해외에 11개 공장을 짓는 동안 국내엔 공장을 신설하지 않았다.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대기업 생산직이 ‘로또’로 변모해온 과정과도 무관치 않다.

1970년대 열악했던 생산직 노동환경은 80년대 민주화 과정을 거쳐 각종 노동법규가 들어서면서 급속히 바뀌었다. 노동권은 당연히 신장해야 할 숙제였는데, 그것을 너무 열심히 하는 통에 세계에서 가장 경직된 노동시장이 만들어졌다. 직원을 줄이고 임금을 조정해 경기침체 등에 대응하는 노동 유연성이 한국은 141개국 중 97위로 평가됐다(2019년, 세계경제포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선 36개국 중 34위, 사실상 꼴찌다.

포드, 르노 등이 요즘 그러듯 해외 자동차업계는 툭하면 수천명대 감원 조치를 꺼내지만 현대차는 엄두도 내지 못한다. 법이 그리돼 있어 내보내지 못하니 아예 뽑지 않는 상황에서 이미 그 자리를 차지한 노조는 기득권을 지키는 불멸의 아성을 쌓았고, 현대차 생산직은 로또가 됐다.

태원준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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