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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흰 우유의 추억

고세욱 논설위원


우유 하면 많은 이들, 특히 중년들은 국민학교(초등학교) 급식을 먼저 떠올릴 것이다. 당번을 정해 우유 상자를 들고 교실로 와 친구들과 나눠먹고 우유곽을 접어 정리하던 일은 한 번씩 간직하고 있을 법한 추억이다. 학생들은 “우유는 건강과 성장에 필요한 5대 필수 영양소가 모두 들어있는 완전식품이다”라는 선생님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다. 2015년 방영된 ‘응답하라 1988’에서 택이가 틈만 나면 마시던 비락 우유가 당시 반짝 인기를 끈 것도 1980~90년대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의 추억을 자극했기 때문이다.

우유는 1937년 서울우유 전신인 경성우유동업조합이 설립되면서 국내에서 처음 대량생산되기 시작했다. 우유가 학생들 필수 먹거리가 된 것은 1962년부터다. 학생들 체형 개선 차원에서 군사정권이 그해 시범 사업으로 우유 급식을 시작했고 1970년에 서울 소재 국민학교, 1980년대 초 전국으로 확산됐다. 한국인의 건강에 대한 유별난 관심으로 꾸준히 소비될 것 같은 우유도 21세기 들어 쇠퇴의 길을 걷고 있다. 우유를 마시면 설사나 복통을 유발하는 유당불내증이 한국인 등 아시안계에 많다는 점이 밝혀졌고, 소가 유발하는 탄소 배출과 동물복지에 대한 관심이 늘며 우유에 대한 거부감을 키웠다. 낙농진흥회가 2001년 ‘핫초코 싫어 사이다 싫어 새하얀 우유 오예’ 등의 가사를 담은 ‘우유송’을 보급하는 등 안간힘을 쏟았지만 대세를 꺾진 못했다. 1997년 31.5㎏로 정점을 찍던 1인당 우유 소비량은 2021년 26㎏대까지 떨어졌다.

국방부가 6일 올해 군 급식에 장병들의 선호도가 떨어지는 흰 우유를 줄이고 딸기 등 가공우유와 두유, 주스를 늘리기로 하는 ‘2023 국방부 급식 방침’을 발표했다. 입맛 변화에다 저출산 현상도 심화하면서 앞으로 쌀빵에 패티, 흰 우유라는 ‘군대리아’를 언제까지 군 식탁에서 보게 될지 궁금하다. 흰 우유 인기가 예전만 못하지만 영양소가 비슷한 다양한 유제품으로의 변신을 통해 국민 건강식이라는 명성은 계속 이어졌으면 싶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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