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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앙숙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

라동철 논설위원


페르시아만(아라비아만)을 사이에 두고 이웃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은 중동의 강대국들이다. 산유국의 대표 주자들이고 이슬람교가 국교라는 공통점이 있지만 두 나라는 차이도 크다. 사우디는 아랍어가 공용어인 아랍국의 일원이고, 이란은 페르시아어를 고유 언어로 사용하는 페르시아계 국가다. 사우디는 자국민의 90%가 이슬람 최대 종파인 수니파, 이란은 94%가 2대 종파인 시아파 신도다. 국가 통치체제도 사우디는 절대 왕정인 반면 이란은 시아파 최고지도자가 권력의 정점에 있고 대통령과 의회 의원을 직접 선거로 뽑는 신정일치 공화제다.

수니파의 종주국 사우디와 시아파의 맹주 이란은 오랜 앙숙이었다. 이슬람의 주도권을 놓고 다퉜고 시리아, 레바논, 예멘 등에서 종파 분쟁의 배후 세력으로 대척점에 섰다. 예멘 내전의 경우 사우디는 정부군을, 이란은 시아파 계열의 후티 반군을 지원해 왔다. 2016년에는 사우디가 자국 내 시아파 고위 지도자를 처형하고, 이에 반발해 이란 내 시아파 세력이 사우디 대사관과 총영사관을 공격하는 사태로 번지면서 양국은 외교 관계가 단절됐다. 2019년 후티 반군이 이란이 지원한 것으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드론으로 사우디 동부 지역의 정유시설을 공격하면서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는 최악으로 치달았다.

물과 기름 같던 두 나라가 지난 10일 대사관 복원 등 외교 정상화에 전격 합의했다.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졌고 네옴시티 사업 등을 추진하기 위해 투자 유치와 역내 안정이 절실해진 사우디, 서방의 오랜 경제 제재에 시달려 돌파구가 필요한 이란의 이해가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시진핑 국가주석의 3연임이 확정된 날 중국 베이징에서 양국이 관계 정상화에 합의한 점도 흥미롭다. 중동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이 약해지자 중국이 틈새를 파고들어 사우디와 이란의 화해를 중재한 모양새다. 양국 갈등이 워낙 뿌리 깊어 ‘차가운 평화’라고 평가절하하는 관전평도 있다. 더 두고봐야겠지만 중동의 외교 지형에 격변이 일어나고 있는 건 분명하다.

라동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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