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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연진아 내 딸도 영어유치원 다녀~

구교준(고려대 교수·행정학과)


며칠 전 영어유치원과 사교육비에 대한 두 편의 언론 기사를 접하고 마음이 착잡했다. 만 3세부터 영어유치원 입학 준비를 하고 대학등록금보다 비싼 영어유치원에 다니면서 사교육 경쟁이 시작된다. 그 결과 작년 사교육비 규모가 26조원에 달해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한다. 사교육비 지출 증가가 불편한 이유는 필연적으로 청소년기 교육 불평등을 심화시키고, 이는 청장년기 소득 불평등, 노년기 건강 불평등으로 이어지며 구조화되기 때문이다.

사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사교육비 지출을 부담스러워하고 줄일 수 있다면 줄이길 원한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는 이유는 바로 경쟁 때문이다. 청소년기 교육 격차가 전 생애에 걸쳐 다양한 형태의 격차로 이어질 것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에 내 아이가 뒤처지지 않게 하려고 불안한 마음에 마지못해 경쟁에 뛰어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경쟁이 사교육을 부추기고 이는 다시 경쟁을 부르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현대 경쟁사회에서 우리 모두는 죄수의 딜레마에 빠진 죄수들처럼 행동하고 있는 것이다. 사교육비 경감을 위해 지난 수십년간 외쳐온 “공교육 강화”가 공허하게 들리는 이유는 경쟁의 완화 없이는 공교육을 아무리 강화해도 죄수의 딜레마에 해당되는 사교육이 구조적으로 줄어들기 어렵기 때문이다.

따라서 사교육 문제를 푸는 첫 단추는 수월성을 강조하는 상호 경쟁 중심의 교육을 완화하고 개인의 고유한 가치와 성장을 중시하는 평등교육으로 바꾸는 데 있다고 생각한다. 평등교육의 대표 주자인 핀란드를 살펴보자. 핀란드 사람들에게 어느 학교가 좋은 학교냐고 물으면 흥미롭게도 집에서 가까운 학교가 좋은 학교라는 답이 돌아온다. 핀란드 교육의 기본적 아이디어는 국적, 인종, 소득, 지역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어디서나 비슷한 수준의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말하자면 교육의 기회균등이 핵심이다.

핀란드 평등교육의 또 다른 특징은 학생 개개인이 가지는 특성과 가치를 존중하고 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한다는 점이다. 그러다 보니 학교 현장에서의 평가도 한 학생이 다른 학생들과 비교했을 때 얼마나 우수한가가 아니라 그 학생이 어제의 자신과 비교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기준으로 이뤄진다. 개인 성장에 평가의 방점이 찍혀 있다 보니 당연히 교실에서의 경쟁은 희미해질 수밖에 없다.

평등교육을 이야기하면 흔히 따라오는 미신이 있다. 첫째는 평등교육이 획일화된 교육이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극심한 경쟁 위주의 수월성 교육이야말로 학생 개개인이 가진 다양한 재능의 발현을 막아 획일화된 교육의 결과로 이어진다. 피아노에 미친 학생이 수학 문제 하나 더 풀기 위해 새벽에 수학 학원에 다니고, 수학에 미친 학생이 영어 단어 하나 더 외우려고 주말에도 영어 학원에 다닌다. 이런 세상에서 아이들 하나하나가 가진 고유한 장점과 가치가 발현될 것을 기대하는 건 무리다.

둘째는 평등교육으로 인해 학력이 저하된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평등교육을 지향하는 대표 국가인 핀란드는 우리나라와 함께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최상위권을 형성하고 있다. 평등교육은 학생들의 다양성을 높여 교육 성과에 기여한다. 인지심리학자들 연구에 의하면 동일한 배경을 가진 우등생 집단보다 다양한 배경을 가진 평범한 학생 집단이 정답이 정해지지 않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훨씬 뛰어난 성과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등교육은 죄가 없다.

사교육 문제 해결을 위해 평등교육을 주장하면 누군가는 현실을 잘 모르는 서생의 몽상이니 “꿈깨!”라고 이야기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전쟁의 폐허를 넘어 산업화와 민주화를 모두 이룬 우리나라의 오늘도 어제는 꿈이었다. 꿈꾸는 사람들이 많아야 그 꿈은 현실이 된다.

구교준(고려대 교수·행정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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