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희대의 K푸드] 해외에서 K푸드는 ‘Korean near me’

최근 전세계에선 ‘K’ 열풍이 거세다. 방탄소년단(BTS)과 블랙핑크는 빌보드를 정복했고, 오징어게임·더 글로리 등 드라마는 전세계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기생충은 칸과 오스카를 휩쓸었다. 세계를 사로잡고 있는 K팝, K드라마, K무비 등 K콘텐츠에서 시작된 K컬처의 글로벌 영향력은 이제 K푸드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옐프(Yelp)가 지난해 5월 미국 주별 최고 한인 식당을 선정하면서 뉴욕주와 캘리포니아주에서 1위로 꼽은 한식당 ‘라이스 키친’과 ‘브로큰 마우스 리스 홈스타일’의 매장 모습과 음식들. 지난해 ‘미쉐린가이드’의 뉴욕 내 별점 대상 총 64개 음식점 중 한식당이 무려 9곳에 달할 정도로 최근 전세계에선 K푸드 열풍이 거세다. 라이스 키친·브로큰 마우스 리스 홈스타일 인스타그램 캡처

2023년 1월 1일. 전세계 수억명이 시청한 미국 ABC TV의 새해 카운트다운 생방송 ‘뉴 이어스 로킹 이브’. 글로벌 아티스트들 사이에서도 헤드라이너로 캐스팅돼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무대 위 완벽한 라이브를 선보인 방탄소년단(BTS) 제이홉의 공연 장면은 지금도 이 프로그램 SNS 계정의 대표 사진을 장식 중이다.

K팝, K드라마로 쌓아온 한류의 저력 덕에 세계인들의 시선이 모이는 유명 프로그램, 시상식에 한국 가수, 배우가 등장하는 장면이 어느덧 낯설지 않다. 문화는 이렇듯 대중들의 일상 위에 스며들며 상륙한다.

이처럼 우리 말과 글로 만든 노래와 이야기가 지구촌의 눈과 귀를 사로잡고 있음은 익히 잘 아는 편이다. 그럼, 음식 한류, K푸드는 어떨까. 제이홉이 새해 첫 무대를 수놓은 뉴욕은 세계 최고 요리사들이 모이는 도시로도 유명하다. 지난해 ‘미쉐린가이드’에서 별을 받은 한식당은 9곳이다. 뉴욕 내 별점 대상 총 64개 음식점 중 14%에 달하는 비중이다. 가히 음식에도 K컬처 붐이 일고 있음을 가리키는 지표다.

바람이 물결을 몰고와 일렁일 때 맞춰 노 젓기를 해줘야 더 멀리 진항한다. 한국, 한국인의 문화에 세계인들의 관심이 향하는 지금 우리 스스로 이를 더 깊이 살펴보고 더 널리 알리는 노력. 그래서 이 바람이 잠시 스치는 바람이 아닌 탁월풍임을 공감하고 응원할 수 있도록 하는 것. 한류가 인류와 함께 하기 위한 의미 있는 시도다. 그들의 시선에서 우리의 문화를 들여다보는 것. 그래서 필요해 보인다. 그렇다고 굳이 세계를 돌며 일일이 인터뷰를 진행하거나 대규모 설문을 실시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이다. 관심을 행동으로 옮기기 전에 엄지를 먼저 스마트폰으로 먼저 향하는 것은 만국 공통의 행동 양식이기 때문이다.

글로벌의 K푸드 식구(食口)들은 무얼 좋아할까? 아니 그보다 먼저 우리끼리야 K컬처, K푸드, K 붙이기를 좋아한다지만 그들도 과연 그럴지가 먼저 궁금한데. 결론부터 말하면 아니다.

전 세계 검색 동향을 분석하는 구글트렌드(Google Trends)의 지난 5년간 한국 음식과 관련된 단어들의 검색량을 kfood와 korean food 두 가지로 비교해보면 kfood의 검색량은 korean food 대비 65분의 1 수준으로 나타난다. ‘K’로 시작하는 줄임말 습성은 그야말로 우리 것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한식과 관련한 검색량 상위는 세계 공용어 영어에서 주로 어떤 단어들일까.


kimchi, korean bbq, bulgogi, korean chicken와 같은 음식 종류를 지칭하는 단어 그리고 식당 위치 파악을 위한 korean restaurant이 주요 상위 검색어들이다. 최근 들어 전통의 강자 ‘kimchi’를 ‘korean bbq’가 검색량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하고 있다. 테이블 한 가운데 그릴을 놓고 주위에 둘러 앉아 고기를 굽는 우리의 일상식이 그네들에겐 새로운 경험이자 문화로 자리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미국 프라이드 치킨이 모태였다지만 앙념이나 부재료를 가미해 파닭, 불닭, 간장치킨, 마늘치킨, 순살치킨, 닭강정 등 세상에 없던 다종다양한 레시피를 자랑하는 ‘korean chicken’도 ‘bulgogi’와 검색량을 견주는 모양새다.

그리고 구글트렌드는 우리 음식에 관한 세계인들의 기호에 대해 흥미로운 빅데이터를 또하나 선사한다. 한식 요리점의 위치를 찾는데 아주 기본적인 검색어라 할 ‘korean restaurant’라는 단어를 지난 3년여 사이 ‘korean near me’가 검색량에서 저만큼 앞섰단 사실. ‘korean near me’라니? 내 주변 한국인? 외국인들은 이제 한국음식을 먹고 싶으면 음식점이 아니라 일단 가까운 데에 있는 한국 사람을 먼저 찾고 본다는 얘기인가? 뜬금없어 보이는 이 결과값은 당연히 이유가 있다.

키워드는 ‘스마트폰’, 그리고 ‘코로나19’다. 지난 3년, 우리가 겪었던 삶의 변화는 세계도 겪었다. K팝, K드라마로 한국음식에 대한 호감도가 높아졌지만 이 엄중했던 시기, 맛있는 한식집을 찾아가는 외식 생활은 금기에 가까웠다. 결국 지구촌 식구들도 다 함께 ‘배달의 민족’이 되었던 것이다. 외식보다 시켜 먹는 생활이 더 익숙해지면서 우리 폰에서 중요하게 자리잡은 앱이 있다면 단연 배달앱이다. 그렇다면 영어권 국가에서 가장 많은 사용량을 기록 중인 음식 배달앱은 무엇일까. 우버이츠(Uber Eats)? 그럽허브(Grub Hub)? 국내에선 다소 낯선 이름이지만 한국의 ‘배민’이라 할 수 있는 시장 점유율 1등 배달앱은 ‘도어대시’(DoorDash)다. ‘신속배달’ 대략 이런 이름의 도어대시는 2013년 미국에서 시작해 현재 캐나다, 호주, 독일, 뉴질랜드, 일본 등 글로벌로 시장을 공략 중이다. 2020년에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상장되기도 했다. ‘코로나’가 이 ‘신속배달’에 모터를 달아 준 셈이다. 이 도어대시 음식배달 앱의 메뉴에는 마치 우리도 익숙하게 쓰고 있는 한식, 중식, 일식과 같이 대표 음식별로 나눠 안내하고 음식 명 뒤에 near me를 붙이고 있다. 가령 ‘Pizza near me’ 또는 ‘Seafood near me’ 이런 식이다. 우리처럼 주문 많은 순, 별점 높은 순 이런 분류보다 우선 가까운 순이 중요하다는 걸로 읽힌다. 그런데 ‘피자’나 ‘해산물’은 내 주변(near me)이란 단어와 결합해도 간단한 편이지만 한식, 중식, 일식은 영어로 풀어내면 작은 스마트폰에서 여간 긴 결합이 아니다. 한식을 이에 맞춰 표기하자면 ‘Korean Food near me’가 된다. 중식, 일식, 베트남식 등 국가 명에 이어 Food 그리고 near me까지 표기하게 되면 이용자 편의 중심의 UI(User Interface)나 디자인은 포기해야 할 거다. 그래서 일까. 이 앱의 메뉴는 Food를 과감히 버린다. 어차피 음식 배달을 목적으로 쓰는 앱이니 당연지사다. 덕분에 새로운 신조어 메뉴명이 등장한 것. Korean near me, Chinese near me, Japanese near me…. 구글트렌드의 검색량 그래프에서 ‘korean restaurant’을 ‘korean near me’가 제치기 시작하는 시점, 그때가 코로나19 팬데믹 선언 시기와 겹치는 이유다.

의도는 물론 좋고 분명 의미도 있겠지만, 너무 경쟁처럼 ‘K푸드’라는 단어에 매몰되어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참이다. 우리끼리 우리의 용어로만 우리의 우수성을 외치기보다는 우리, 우리의 것을 진정 좋아해주는 이들의 눈높이를 고려하는 접근은 어떨까. 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에 멋진 한식 사진을 올리면서 이제 해시태그로 #korean near me #korean bbq 이런 단어를 남겨 놓는다면 이국 땅 어딘가에서 당장 도어대시 앱을 켜 ‘내 주변 한국인’을 찾을 세계 식구를 한 명이라도 더 늘리는 좀 더 효율적인 글로벌 K푸드 실행 전략 말이다.

이희대 만개의레시피 전략본부장 겸 경희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대학원 겸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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