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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kwarosa(과로사)

고세욱 논설위원


1884년 출간된 옥스퍼드 영어 사전은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한다. 영국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세계인에게 꾸준한 화제와 인기를 모은 단어들을 찾아 사전에 올리는데 현재 60만개 이상이 등재돼 있다. 한국과 관련된 첫 단어는 1933년에 오른 ‘Korean’이었다. 한국어 유래의 단어는 1976년에 등장했다. gisaeng(기생), hangul(한글), kimchi(김치) 등 6개였다. 136년간 이 사전에 한국어 유래 단어가 23개뿐이었는데 2021년 9월 26개가 한꺼번에 올라 화제가 된 바 있다.

samgyeopsal(삼겹살), oppa(오빠), daebak(대박) 등인데 한류 열풍 덕이 크다. fighting(파이팅)은 일종의 콩글리시(konglish)임에도 둘 다 사전에 소개돼 한국어 인기를 실감케 했다. 이 때문인지 외신들도 최근 들어 한국어 발음의 단어를 그대로 싣는 경향이 많아졌다. 지난달 프랑스 AFP 통신은 강추위에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마시는 한국의 풍경을 한국인이 즐겨 쓰는 축약어 Eoljukah(얼죽아·얼어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와 Ah-Ah(아아)로 묘사했다.

인기에는 양면이 있다. 한국 사회의 부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한국어도 전 세계에 순식간에 전파되고 있다. 2021년 4월 보궐선거 후 미국 뉴욕타임스는 여당의 패인을 위선적인 행태인 naeronambul(내로남불)로 분석했다. gapjil(갑질), hwabyung(홧병), makjang(막장)도 널리 알려졌다. 지난해 8월 홍수 피해에서 드러난 한국의 불평등 모습은 Banjiha(반지하)란 단어로 소개됐다.

호주 ABC 방송이 지난 14일 한국 정부의 ‘주 69시간’ 근무제 추진을 전하면서 kwarosa(과로사)라는 단어를 썼다. 영국 BBC 방송이 2020년 11월 한국 택배노동자 사망 사건을 보도할 때 한 차례 인용했었다. 서구에서 쓰이는 ‘과잉업무로 인한 사망(death from overwork)’과 결이 다른 한국식 단어란 설명을 달았다. 두 보도 모두 한국의 근로조건을 꼬집었다. 한국인이 말하고 정책을 펼 때 세계의 시선도 의식해야 하는 시대가 온 듯하다.

고세욱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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