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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코로나 터널 끝 봄꽃 축제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코로나19가 창궐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봄마다 많이 오르내린 말이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었다. 봄이 왔으나 봄 같지 않았다. 온 산하가 봄꽃들로 화사하게 물들지만 봄꽃 축제는 모두 취소돼 마음대로 어울려 즐기지도 못하고, 마스크 너머로 봄 향기를 느껴야 했으니 마음마저 답답했다. ‘창살 없는 코로나 감옥’이었다.

올해 들어 확 달라졌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마스크의 방해 없이 온전하게 꽃구경에 나설 수 있어서다. 이제 제대로 봄을 느끼게 한다. 아직 아침저녁으로 쌀쌀한 날도 있지만 계절은 영락없는 봄이다. SNS 등에 산과 들로 봄맞이를 다녀온 이들이 전하는 글과 함께 올린 봄꽃 사진이 넘쳐난다.

봄은 섬진강으로 올라온다고 한다. 전국 방방곡곡에서 화신(花信)을 전해주는 강줄기를 끼고 봄꽃 축제가 잇따르고 있다. 이미 지난 10일 시작해 19일까지 봄꽃 축제가 열리는 전남 광양 매화마을은 평일에도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로 붐비고 있다. 19일까지 진행되는 축제로 꽃대궐을 이룬 전남 구례 산수유도 코로나로 이별했던 상춘의 마음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이른 봄꽃 축제를 놓쳤더라도 아쉬워할 것 없다. 꽃 피는 시기에 맞춰 축제는 계속 이어진다. 팝콘처럼 터지는 벚꽃이 뒤를 잇는다. 봄꽃의 대명사 격인 벚꽃의 개화는 이달 말쯤 남쪽을 시작으로 다음 달 중하순까지 경기도·강원도로 올라가는 것으로 예측됐다. 봄꽃 축제의 국가대표급인 경남 창원의 진해군항제는 오는 25일부터 4월 3일까지 열흘 동안 진해구를 비롯한 창원시 전역에서 열린다. 진해 전역에서 36만 그루에 달하는 왕벚나무가 피워 내는 화려한 벚꽃이 춘심(春心)을 자극한다.

섬진강 변에서는 경남 하동군이 31일부터 4월 2일까지 화개장터 벚꽃축제를 개최한다. 화개장터에서 쌍계사로 들어가는 6㎞ 남짓의 ‘십리벚꽃길’은 50~100년 나무 나이를 먹은 1200여 그루 벚나무 가로수가 터널을 이룬다. 섬진강의 꽃길 중에서 가장 아름답기로 이름났다. 다른 봄꽃 축제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관심을 둘 곳은 충남 금산의 비단고을 산꽃축제다. 쉽게 볼 수 없는 산벚꽃 군락의 정취를 금산면 보곡산골에서 즐길 수 있다. 이 지역은 기온이 낮은 편이어서 다른 곳보다 개화 시기가 일주일 정도 늦다. 올해 축제는 4월 15~16일로 정해졌다.

진달래는 우리나라 3대 군락지 가운데 하나인 전남 여수 영취산에서 가장 먼저 꽃을 피운다. 올해는 3월 마지막 주말쯤부터 산 능선을 붉게 물들이는 모습을 볼 수 있을 전망이다. 올해 축제 날짜는 4월 1~2일이다.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도 놓칠 수 없다. 10년 만에 봄꽃 개화 시기에 맞춰 4월 1일 개최돼 10월 31일까지 7개월간 열린다. 두 개의 나선형 언덕인 ‘오천언덕’, 첨단기술이 접목된 미래 정원의 모습을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국가정원식물원’과 ‘시크릿가든’, 국가정원에서 특별한 하룻밤을 보낼 수 있는 ‘가든스테이’ 등이 새롭다.

기나긴 코로나 터널 끝에 봄꽃이 화사하게 반기고 있다. 봄꽃은 축제 시기에 딱 맞춰 피어주지 않는다. 그때그때 날씨에 따라 개화 시기가 달라져 예측하기 쉽지 않다. 축제 기간만 믿고 떠났다가 정작 봄꽃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봄꽃이 피어나는 가운데 웃음꽃도 활짝 피고 있다. 마스크를 벗어던졌지만 여전히 조심할 필요가 있다. 축제장 주변 차량 정체에 지치지 않는 마음도 중요하다. 조급한 마음을 내려놓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오래 기다린 봄 같은 봄을 가슴속에 가득 담아보자.

남호철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hc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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