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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당] 전두환 추징금

한승주 논설위원


추징금은 뇌물처럼 불법으로 취득한 물건을 몰수하는 게 불가능할 때 대신 추징하는 금액을 말한다. 죄에 대한 처벌을 목적으로 돈을 거둬가는 벌금과는 다르다. 추징금은 범죄자가 설령 고의로 내지 않는다 해도 강제로 노역장에 유치할 수 없고, 집행시효가 만료되면 부과 효력이 소멸한다. 범죄자가 안 내려고 마음먹으면 검찰은 은닉 재산을 추적해 민사소송을 할 수밖에 없다. 고 전두환 전 대통령이 “통장에 29만원밖에 없다”며 모르쇠로 버틴 게 그 때문이다.

뇌물수수와 군형법상 반란 혐의로 기소된 전씨에게 대법원은 1997년 무기징역과 추징금 2205억원을 선고했다. 추징금을 완납한 노태우 전 대통령과 달리 전씨는 비협조적인 태도로 나오며 2021년 죽을 때까지 다 내지 않았다. 검찰이 몰수한 재산은 약 1283억원(58%)으로 추징금은 아직 922억원이 더 남았다. 현행법상 당사자가 숨지면 추징 절차가 중단된다. 가족과 상속자에게도 추징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이 발의는 됐지만 국회가 손을 놓은 사이 전씨가 숨졌다. 330억원이 넘는 체납 세금도 받아내기 힘든 상황이다.

그렇게 잊혀가던 ‘전두환 추징금’이 수면 위로 올라왔다. 전씨 차남 재용씨의 아들인 우원씨가 15일 소셜미디어에 전씨 일가의 호화생활을 폭로했기 때문이다. 전두환 손자는 “할아버지가 학살자라고 생각한다”며 “가족들의 범죄 사기 행각을 밝히겠다”고 했다. 그는 할머니 이순자씨가 서울 연희동 집에 구비된 스크린골프시설에서 골프채를 휘두르는 모습이라며 동영상을 올렸다. 작은아버지 재만씨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와이너리를 운영하는데 “검은 돈 냄새가 난다”고도 했다. 이제 사람들의 관심은 부유하게 살고 있는 전씨 일가로부터 미처 못 거둔 추징금을 받아낼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 검찰은 전두환 손자의 일가 비자금 은닉 의혹 폭로와 관련해 수사 여부를 검토 중이다. 범죄가 될 수 있는 부분이 있는지 살펴본다는 것이다. 이번 폭로가 추징금 징수로 이어질지 끝까지 지켜볼 일이다.

한승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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