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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을 열며] 기후위기 시대의 SUV 유행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가 승인한 제6차 종합보고서가 20일 발표됐다. 1000여명의 과학자들이 작성하고 195개국 650여명의 대표단이 만장일치로 승인하는 방식을 통해 확정된 이 보고서는 기후변화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문서다.

6차 보고서는 지구의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인 1850~1900년 대비 현재(2011~2020년) 1.09도 올랐으며, 거의 모든 시나리오에서 2040년 안에 1.5도 상승에 도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는 2015년 파리기후협정을 통해 기온 상승 한계를 1.5도로 정해 놓고 탄소 배출량 감축을 추진해 왔다. 하지만 이번 보고서는 ‘기후 저지선’으로 여겨져온 1.5도가 뚫리는 시점이 그리 멀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8년 전 5차 보고서보다 한층 명료하고 급박한 어조로 작성된 6차 보고서가 세계의 각성으로 이어질까. 글쎄다. 보고서 발표 다음 날 공개된 우리 정부의 ‘제1차 국가 탄소중립·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년)을 보면 별다른 변화는 발견되지 않는다. 국내 산업부문의 탄소 감축 목표치는 되려 낮춰졌다. 6차 보고서를 보면 지난 30여년간 진행된 세계의 기후변화 대응은 총체적으로 실패한 것처럼 보인다. 기대를 걸었던 국제적 협력이나 국가 차원의 총력 대응, 기술적 해법 같은 것은 실현되지 않았다. 우리는 여전히 지금 뭘 해야 되는지조차 모른 채 ‘기후 우울증’을 앓고 있다.

왜 실패했는가. 여기서 이런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경제학자 김병권은 최근 출간된 ‘기후를 위한 경제학’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경제 문제가 충돌하기 때문이라고 실패 이유를 정리하고, 성장주의를 내재한 주류 경제학을 뛰어넘지 않고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기후 문제에 몰두해온 빌 게이츠가 가장 신뢰하는 학자로 유명한 바츨라프 스밀의 얘기도 주목할 만하다. 그는 ‘세상은 실제로 어떻게 돌아가는가’라는 책에서 재생에너지, 탈화력, 대규모 전기 저장, 탄소 포집 같은 거대 담론이나 혁신 기술에 기대를 걸어온 것이야말로 실패의 이유라고 말한다. 지속적인 효율성 개선, 더 나은 시스템 설계, 소비 절제 등이 탄소 배출을 당장 크게 감축할 수 있는데 거대한 이야기들에 밀려 외면당하고 있다는 것이다.

스밀은 “우리가 할 수 있는데도 하지 않는 일을 나열하자면 끝이 없다”면서 음식 쓰레기, 육식, 자동차 등을 예로 든다. 음식물 쓰레기를 절반으로 줄이는 것, 육식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탄소 배출을 상당히 감축할 수 있다. 목축과 사료 생산을 포함하는 축산 부문의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14.5%나 차지한다. 자동차도 누구나 아는 주요 배출원이다. 전기차라는 해법이 제시돼 있지만 보급은 여전히 더디다. 지금 당장은 SUV(스포츠유틸리티차량)를 사지 않은 것이 중요한 기후행동이 될 수 있다. SUV는 중형 세단보다 더 크고 무겁고 연료 효율이 낮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10∼2018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 증가에서 전기발전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었고 그다음이 SUV였다. SUV로 인한 배출량 증가는 중공업, 트럭 운송, 항공, 해운보다 컸다. 스밀은 2020년 1000만대 수준인 전기차 보급이 2040년에 1억대까지 이른다고 하더라도 SUV가 전기차가 절약한 탄소를 상쇄해 버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국에서도 SUV가 대세다. 지난해 국내 승용차 판매량 중 SUV 비중은 56%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다. 기후위기 시대의 SUV 유행은 우리가 왜 기후 대응에 실패했는지, 그리고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많은지 알려준다.

김남중 문화체육부 선임기자 nj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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