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가난한 흰빛의 최후를 수습한, 이 간결하고 맑은 슬픔은

결백을 달이고 달여 치명에 이른 순백의 맑은 독 같아서

험하게 상한 몸속의 사나운 짐승을 제압하는 일에 쓰인다네

차마, 검은 간 한 방울 떨어뜨려

흐린 제 마음 빛으로나 어둡게 받아야 하는 청빈의 송구한 맨살이라네

-이덕규 시집 '오직 사람 아닌 것' 중

흰죽 한 그릇이 눈 앞에 있는 듯 하다. 흰죽에는 소박한 음식이나 건강식이라고만 하기엔 뭔가 부족한 어떤 위엄이 있다. 농부시인 이덕규의 ‘흰죽’은 내용은 물론이고 형식으로도 흰죽을 탁월하게 묘사한다. 흰죽을 시로 쓴다면 마땅히 이런 모양이어야 할 것 같다.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