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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흔들리는 노동개혁 성공의 조건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윤석열정부의 노동개혁이 닻을 올리자마자 풍랑을 만났다. 선봉에 선 근로시간 개편이 오판과 실책으로 동력을 상실하면서 여론 무마용 임기응변에 ‘69’ ‘60’ 등 가공의 숫자만 남고 일하는 방식의 개혁은 실종됐다. 불법행위 엄단에 환호하던 국민은 혼란스럽고, 전문가들도 “이 정도로 준비 없이 개혁에 나섰나”라며 놀라움과 우려가 교차하는 분위기다. 왜곡된 프레임과 홍보 실패를 탓하지만 근본 원인은 비전과 전략의 부재와 더불어 개혁의 정치적 속성에 대한 인식 부족이 아닌가 싶다.

저항은 목표와 내용에 동의하지 않거나 의사소통이 안 될 때 격렬해진다. 미지의 상황에 대한 불안 등 심리적 요인도 중요하다. 역대 보수 정부도 노동개혁을 추진했고 당연히 저항에 맞닥뜨렸으나 그 과정과 결과는 사뭇 달랐다.

김영삼 대통령은 임기 말인 1996년 4월 ‘신노사관계 구상’을 선언하며 노사공익 대표로 구성된 노사관계개혁위원회를 설치하고 제도와 관행 개혁을 추진했다. 유연근로·정리해고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합의에 이르지 못하자 경제부처 주도로 정부안을 마련했고, 국회 과반수 의석을 가진 여당은 찬양고무죄 수사권 등을 부활시킨 안기부법 개정안과 함께 1996년 12월 26일 새벽에 단독으로 통과시켰다. 하지만 양대 노총의 연대 총파업과 야당 반발 및 비판 여론에 굴복해 개정된 노동법을 시행도 못 해보고 재협상에 나섰고, 야당과의 합의를 거친 뒤에야 수정된 법을 시행할 수 있었다.

이명박 대통령은 13년간 유예되던 복수노조 허용과 사용자의 노조 전임자 급여 지급 금지를 시행했다. 당시 여당은 국회 과반수 의석을 차지하고 있었지만 개혁 의제를 복수노조와 전임자 부분으로 좁히고 노사정위원회 합의 절차를 거침에 따라 반대 목소리는 민주노총과 야당 등 일부에 국한됐다.

박근혜정부의 경우 2015년 9월 15일 경제사회노동위원회에서 노동시장 구조개선 방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저성과자 통상해고와 취업규칙 불이익변경 절차 개편 등 이른바 ‘2대 지침’에 반발한 한국노총이 합의 파기를 선언하고 노동계 연대 투쟁에 돌입하면서 파탄에 이르렀다. 당시 여소야대 국회에서 야당 반대로 근로기준법 개정안 등이 처리되지 못하고 폐기됐는데 그 배경에는 소통 없는 정치에 대한 사회적 저항이 있었다.

노동개혁은 고도의 정치 과정이다. 내용과 더불어 절차적 정당성, 특히 정당정치와 여론 향배가 큰 영향을 미친다. 그렇다면 진보와 보수의 세력이 비슷해진 상황에서 개혁정치 성공의 조건은 무엇인가.

첫째, 명확한 비전과 목표, 합리적인 의제와 대안이 제시돼야 한다. 전문가 눈으로 보면 당연한 것도 일반 국민이 이해하지 못하면 성공할 수 없다. 개혁이 우리의 삶을 어떻게 바꿔줄 것인지 알기 쉽게 보여주고 국민의 공감을 얻어야 한다.

둘째, 전략적 로드맵과 추진 체계를 갖춰야 한다. 여건이 어려울수록 단계적으로 개혁의 성과를 보여주면서 지지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인기 없는 개혁일수록 이정표가 뚜렷해야 풍파를 만나도 길을 잃지 않는다. 총선 전까지는 불법·부당노동행위를 바로잡으면서 개혁안을 공론화하는 정부의 시간이다. 노동개혁 실전 경험이 풍부한 인사들로 전담팀을 만드는 등 전력을 보강할 필요가 있다.

셋째, 정치 과정을 고려한 과정 관리가 이뤄져야 한다. 정부가 개혁을 주도하는 것은 불가피하나 여대야소에서도 여론의 지지가 없으면 실패했다. 비록 합의에 이르지 못하더라도 대화하고 설득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바람에 흔들리며 꽃이 피듯이 초기의 진통을 변화의 동력으로 삼아 국민과 함께 희망을 만드는 역동적인 개혁정치가 펼쳐지기를 기대한다.

임무송 (인하대 초빙교수·일자리연대 운영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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