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오피니언 > 칼럼 > 시론

[시론] 주식 왕창 팔았어… 연진아, 나 지금 되게 신나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8개 종목 무더기 하한가로 드러난 주가조작 사건으로 인해 우리 증시가 몸살을 앓고 있다. 2015년 6월 가격제한폭이 30%로 확대된 이후 최초로 4거래일 연속 하한가라는 진기록을 남기며 약 8조원의 시가총액을 증발시켜 버린 이번 사건은 최소 1년이 넘는 장기간에 걸쳐 불법행위가 자행돼 왔다. 또 주가조작 실탄 확보를 위해 차액결제거래(CFD)라는 신종파생상품을 악용했다는 점에서 기존 주가조작 사건과는 차별화되기에 앞으로도 오랫동안 투자자들에게 악몽으로 기억될 것이다.

주가조작과는 별도로 이번 사건은 우리 증시가 가지고 있는 고질적인 문제점을 다시 노출시켰다. 주가 하락 직전에 행해진 해당기업 지배주주와 임직원에 의한 대규모 지분 매각이 바로 그것이다. 기업의 지배주주와 임직원들은 해당 기업의 경영정보에 대한 접근에 있어 일반투자자들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들의 지분 매각은 아직 공개되지 않은 내부자 정보를 이용한 남용적 행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 규제체계는 내부자거래를 불공정거래행위로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배주주와 임직원에 의한 대규모 지분 매각에 대해서는 원칙적으로 제한을 두지 않는다. 경영권을 행사하는 지배주주와 임직원은 가장 높은 수준의 기업 정보에 대한 접근이 가능하고 경영 상황에 대해서도 상대적으로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음을 감안할 때 지배주주의 지분 매도에 대해서는 사전 공시의무를 부여하고 불공정거래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배주주가 특정 규모 이상의 지분을 매각하기 이전에 매각 계획을 미리 공시하도록 한다면 불공정거래 방지 효과가 높아지고 일반투자자들은 감춰진 악재에 대한 두려움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현재 일반투자자들은 지배주주가 지분을 매각한 이후에야 그 사실을 알 수 있다. 시장은 지배주주의 지분 매도를 중요한 투자정보로 인식하고 있는데, 매각 사실이 알려지면 주가는 신속히 이를 반영해 조정이 이뤄지기 때문에 대부분 일반투자자는 그 충격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사전에 지배주주의 주식 매각 계획을 공시를 통해 알 수 있고, 이를 투자 의사결정에 반영할 수 있는 기간을 충분히 부여받는다면 지배주주의 기습적 지분 매각으로 인한 투자자들의 손실을 일정 수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사례를 참고해서 관련 공시의무와 위반 시 불공정거래행위로서의 책임을 명확히 하는 방안을 검토해 봐야 한다.

미국의 경우 기업의 특수관계인(대주주, 최고경영자, 이사 등을 포함)은 3개월 동안의 지분 매각이 발행주식 수의 1% 이상일 경우 사전에 증권신고서를 제출함으로써 시장에 공시할 의무를 가진다. 시장에 큰 충격을 주지 않는 소량의 주식 매도에 대해서는 사전 공시의무를 부과하지 않는 반면 대량의 주식 매도에 대해선 일반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시의무를 강하게 적용한다. 그리고 이런 공시의무가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매각이 이뤄졌을 때 매수인은 거래 상대방인 지배주주에 대해 매매계약을 취소하고 매매대금 반환을 청구할 수 있다. 소송에 의해 지배주주나 임직원의 지분 매각이 불공정거래행위임을 입증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제재도 가하지 않는 우리의 접근 방식과는 상당한 차이가 느껴진다.

지배주주나 임직원의 지분 매각으로 시장에 큰 파문을 일으키는 사건은 주식시장에서 거의 매년 발생해 왔다. 이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유사한 사건들이 앞으로도 끊임없이 반복될 수 있으며, 그 피해는 일반투자자들의 몫이 된다. 자본시장은 신뢰를 기반으로 발전한다. 지배주주와 임직원의 대규모 지분 매각에 대한 사전공시를 의무화하고, 위반 시 그 책임을 무겁게 물을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함으로써 훼손된 신뢰를 회복하고 장기적인 시장 발전을 도모해야 할 것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신문구독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