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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히로시마, 한국 그리고 G7”

이도훈 외교부 2차관


2023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가 지난 19∼21일 일본 히로시마에서 개최됐다. 일본 남서부의 인구 119만 중소도시인 히로시마는 1945년 인류사상 최초로 원자폭탄이 투하된 곳이기도 하다. 이제는 국제평화의 도시로 탈바꿈한 히로시마에서 G7 및 8개 초청국 정상들이 모여 글로벌 도전 과제에 맞선 연대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인류는 팬데믹, 기후변화, 지정학적 경쟁 등에 따른 도전에 직면해 있지만 이 같은 과제는 어느 한 국가의 힘으로만은 해결할 수 없다. 따라서 국가 간 협력은 필수 불가결하며, 규범에 기반한 제도화는 이를 위한 전제 조건이다.

올해 G7 의장국인 일본은 법치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강조했는데, 윤석열 대통령도 그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G7과 긴밀히 협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법치에 기반하지 않은 자유와 평화는 일시적이고 취약하며 지속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법과 규범에 기반한 국제질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동시에 개도국이 당면한 복합위기 해결을 위한 지원과 기여를 강화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원조를 받던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변모한 한국에는 윤석열정부의 핵심 가치들을 바탕으로 G7의 연대와 협력에 기여하는 기회였다. 초청국 참여 회의 세션에서 전년 대비 20% 이상 확대된 역대 최대 수준의 공적개발원조(ODA) 예산을 바탕으로 기여외교의 비전을 소개했다. 유엔세계식량계획(WFP)을 통한 취약국 대상 쌀 지원 2배 확대, K라이스벨트 구축, 감염병혁신연합 재정 공여 등이 그것이다. 새로운 에너지 화폐인 ‘수소’의 효율적 생산·유통·활용을 위한 인도태평양 지역 협력 플랫폼 구축도 제안했다. 글로벌녹색성장기구(GGGI) 녹색기후기금(GCF)을 중심으로 한 ‘그린 ODA’ 증대를 통해 개도국에 청정에너지 전환을 지원한다는 의지도 표명했다.

자유, 인권, 법치의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는 G7이 추구하는 글로벌 현안에 대한 정책 공조도 더욱 강화했다. 작년 G7 정상회의를 계기로 출범한 기후클럽 참여 의지를 밝혔고, 초청국과 G7이 함께 참여한 식량안보 공동선언을 성안함으로써 현 식량위기 해결과 미래 식량 안보 구축을 위한 노력에 동참했다.

그뿐만 아니라 핵심 우방국들과의 관계도 공고히 했다. 근 2주간 한·일 정상이 서로 연쇄적으로 방문함으로써 한·일 관계 정상화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특히 이번에 두 정상이 최초로 한국인 원폭 희생자 위령비에 공동 참배하는 역사적 시간도 가졌다. 이는 원폭으로 희생된 한국인들을 추모하면서 과거를 돌아보고, 한·일이 함께 평화롭고 풍요로운 미래를 준비해 나간다는 의미를 갖는다.

지난 3월 일본 방문, 4월 미국 국빈방문으로 시작된 G7 외교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한·미·일 차원에선 대북 억지력은 물론 법치에 기반한 자유롭고 개방된 국제질서를 공고히 하는 데 3국 간 공조를 더욱 강화했다. 주요 지역협의체 의장국으로 초청된 인도, 인도네시아, 코모로와 인태지역 주요 파트너인 호주, 베트남과도 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G7 정상회의에 깜짝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도 만나 우크라이나에 대한 우리 국민의 지속적 지지와 연대를 약속했다.

인류는 식량위기, 보건격차, 기후변화, 환경오염 등 전대미문의 글로벌 복합위기에 직면했다. 이에 맞서 G7 정상들은 히로시마에서 평화로운 세계를 구축하는 방안을 논의했다. 이번 G7 참석은 글로벌 현안을 해결할 파트너로서 높아진 한국의 국력과 위상을 여실히 보여줬다.

민주적 제도를 바탕으로 글로벌 리더로 부상한 한국은 내년도 제3차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한다. 보편가치 수호라는 한국의 역할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이에 우리는 글로벌 중추국가로서 국제사회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소임을 다해 나가야 할 것이다.

이도훈 외교부 2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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