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미션 > 전체

[다시 희망의 교회로] 작은교회들과 학교·카페 공유… ‘변두리’가 희망 중심 되다

<1부> 땅끝에서 희망을 외치다
⑦ 경기도 고양 변두리교회

경기도 고양 백석역 인근에 있는 변두리학교 학생들이 오유진 교감의 인도로 기도를 드리고 있다.

경기도 고양 백석역으로부터 세 블록가량 떨어진 한적한 골목. 역세권의 빌딩 숲 초고층 아파트 단지와는 딴판인 2~3층 높이 빌라가 옹기종기 모여있는 동네에 아이들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는 공간이 있다. 공간의 쓰임새는 각기 다르지만 ‘변두리’라는 공통의 수식이 붙어 있었다.

변두리학교 입구 전경. 변두리학교 제공

따뜻한 느낌의 아이보리색 벽에 ‘변두리학교’란 문패가 걸린 곳으로 들어가자 맛깔나게 밥과 반찬을 담은 식판을 들고 저마다의 자리로 향하는 학생들이 보였다.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전 교생 20여명 남짓의 아담한 대안학교지만 생기 넘치는 분위기는 여느 학교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고등학교 3학년인 송일상(18)양은 중학교 때부터 오롯이 이곳에서 보내고 있다고 했다. 그는 대안학교에서 학창 시절을 보내기로 결심한 배경을 한마디로 소개했다.

학생들이 2021년 3월 글쓰기 특강을 듣고 있다. 변두리학교 제공

“제 현재 속도가 누군가와 비교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 그게 제게는 희망이었고 행복하게 학교에 다닐 수 있겠다고 느낀 지점이었어요.” 동생 3명과 함께 이 학교에 다닌다는 송양의 꿈은 학생들에게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선생님이다.

옆 교실에서 식사하던 김이찬(9)군의 꿈은 철도와 지하철에 관한 이야기를 소개하는 유튜버다. 김군의 유튜브 채널을 찾아 구독 버튼을 누르며 대화를 이어가자 평소 관심 있던 지하철 노선과 비슷한 듯 다른 지하철 형태 등 전문가 못지않은 철도 지식을 술술 풀어냈다.

김혁 변두리교회 목사가 카페 ‘이곳에 변두리’에서 에스프레소를 추출하고 있다. 변두리학교 제공

김군 걸음으로 1분이 채 걸리지 않은 곳엔 SNS 인증사진에 자주 등장할 법한 아늑한 카페가 있었다. 이름은 ‘이곳에 변두리’였다. 주중엔 커피가 맛있는 스터디 카페이자 변두리학교의 강의실, 주일엔 변두리교회(김혁 목사)의 예배 공간이 돼주는 공간이다. 카페 주인이자 변두리학교장인 김혁 목사가 능숙하게 커피를 내리며 이 카페의 특제 아이템인 붕어빵을 만들고 있었다.

2017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 이 공간들의 시작을 묻자 김 목사에게서 “교회 세우지 말라는 하나님의 응답을 들었다”는 역설적인 답이 돌아왔다. 부목사로 사역한 지 10년이 되던 2015년, 그동안의 경험을 토대로 하나님이 기뻐하시는 교회를 세우게 해달라는 기도 제목을 품고 있던 그에게 찾아온 응답은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그 응답이 ‘기존 교회와 다르지 않은 교회를 세우지 말라’로 마음에 새겨지기까지 꼬박 3년이 걸렸다.

“사람들은 주변보다 중심에 있기를 갈망해요. 예수님은 달랐죠. 중심인 예루살렘이 아니라 주변인 갈릴리에서 생명을 살리는 사역을 시작하셨어요. 개척의 첫 단추가 거기에 있었습니다. 변두리로 가서 묵묵히 낮은 자로 오신 예수님의 향기를 내뿜자는 것이었죠.”

교회와 학교는 출발선에서부터 소유가 아닌 공유라는 비전을 택했다. 비단 재정적 이유에서가 아니었다. 김 목사는 “이미 세워진 교회 건물들이 충분한 상황에서 변두리교회까지 소유된 예배 공간을 마련하는 게 합당하지 않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비전을 놓고 기도하고 있을 때 도움의 손길이 찾아왔다. 변두리보다 더 작은 개척교회였다. 건물 지하의 한 공간을 예배당으로 쓰고 있던 은혜교회(성하준 목사)와의 한 지붕 두 가족 공동체가 시작된 순간이었다. 학교 또한 규모가 크지 않은 또 다른 교회 공간을 공유하며 교육을 시작할 수 있었다. 공유는 또 다른 공유로 이어졌다. 예배 공간을 얻으려 했던 재정으로 작은 카페를 열었고 카페 공간은 은혜교회와 함께 누리는 교제의 장이 됐다.

‘작은 교회가 OO할 수 있을까.’ 이 명제엔 현실적으로 많은 제약이 따른다. 변두리교회는 이를 역으로 생각했다. 커지기 전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공동체가 아니라 커지기 전 무엇을 더 꿈꾸고 구현할 수 있을지 발견하는 공동체로 여겼다. 동력은 공감과 연대였다.

김 목사는 “공동체의 상황과 목적에 제대로 공감이 이뤄졌을 때 연대를 통한 다양한 공유가 이뤄지고 이 과정에서 공간도 사람도 누릴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메커니즘의 핵심은 기다림이다. 하나님께서 예비하신 때를 향한 기다림인 동시에 하나님의 계획하심을 따라 살아가는 이들이 자기 달란트를 꽃피울 때를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 여정에 표출되는 공동체 일원들의 꿈에 희망을 불어넣는 게 변두리교회의 DNA다.

야채가게 운영을 꿈꾸던 교회 청년을 응원하며 성도들이 함께 ‘청춘야채가게’를 열어 6년여를 운영하며 ‘착한 가게’로 소문이 나기도 했다. 지역 교회에 교회학교 씨가 마를 정도라는 얘길 듣고는 다음세대 희망의 모판을 고민하며 공간 공유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3개월 전부터는 청소년들을 모아 주일 연합예배를 드리는 청소년연합교회(소재웅 목사)에 매 주일 변두리학교 공간을 예배 처소로 공유하고 있기도 하다(국민일보 2023년 4월 24일자 37면 참조).

김 목사는 의도적으로 ‘작음’을 지향하며 희망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러면서 “큰 조직 좋은 차 넓은 집을 소유하지 않아도 일용할 양식을 충분히 공급하시는 하나님을 떠올리는 게 변두리 정신”이라고 말했다.

“빛이 밝은 중심부에선 별이 보이지 않지만, 변두리에선 명확하게 보입니다. 목회 생태계 안에도 꼭 크고 작음을 구분할 필요는 없어요. 변두리의 들꽃도 중심부의 장미도 예쁩니다. 한 다발 안에 두 꽃이 아름답게 어우러질 때 세상이 주지 못하는 희망을 발견하게 해줄 수 있을 겁니다.”

일산=글·사진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