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차이완 효과’는 없다”… 대만 기업들 ‘脫중국’ 도미노

[대만 반도체, 飛上과 非常] <하> 中 편중 탈피 자생력 확보 총력

쉬수보(許舒博·가운데 오른쪽) 중화민국전국상업총회 이사장과 정만기(가운데 왼쪽) 한국무역협회 상근부회장이 지난 23일(현지시간) 대만 타이베이 국제컨벤션센터(TICC)에서 경제·무역협력 의향서(MOU) 체결식이 끝난 뒤 스탠딩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대만 경제를 지탱했던 ‘차이완(중국과 대만의 합성어) 효과’가 수명을 다하고 있다. 양안(兩岸) 관계가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하는 사이 중국에 진출한 대만 기업이 본국으로 회귀하거나 동남아시아 등으로 옮겨가는 움직임이 뚜렷하다. 미국과 중국의 패권경쟁 심화도 대만 기업의 ‘탈(脫)중국’을 부채질한다. 반도체가 안보자산으로 떠오르는 흐름 속에서 대만은 기술력 우위를 바탕으로 자생력과 영향력을 동시에 키워나간다는 전략이다.

국민일보가 29일 대만 경제부 투자심의위원회의 1991~2022년 해외투자 통계를 전수조사한 결과, 대만의 대(對)중국 투자액은 2033억3000만 달러(4만5195건, 승인 기준)로 집계됐다. 연평균 65억6000만 달러(1457건) 수준이다. 대만과 중국의 경제협력 효과가 정점에 이르렀던 2010년 투자액은 146억2000만 달러(914건)나 됐다.

당시 대만의 해외투자 총액 대비 중국 비중은 83.8%로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이 비중은 지난해 33.6%까지 쪼그라들었다. 지난해 대만의 대중 투자는 50억5000만 달러(372건)에 그쳤다. 차이완 효과가 정점을 찍었을 때 대비 65% 이상 투자가 급감했다.


대만 최대 경제단체인 전국상업총회의 쉬수보(許舒博) 이사장은 기자와 만나 “우리가 파악하기로는 대만 기업의 3분의 1이 중국에서 빠져나왔다”면서 “국제사회의 대중 제재가 강해졌고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경제가 급격히 악화한 영향”이라고 밝혔다. 쉬 이사장은 “대만으로 유턴하거나 동남아시아로 이전하는 기업이 눈에 띄게 많아진 반면 중국 본토에 대한 신규 투자는 감소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대만과 중국이) 예전과 같이 윈윈 시대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완전한 디커플링도 실질적으로 어렵다”고 덧붙였다. 1946년 설립한 대만 상업총회의 회원사는 160만개에 이른다.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 격이다.

‘차이완 효과’의 추락은 수출입 통계에도 드러난다. 한국무역협회와 대만 재정부 관무서에 따르면 대만의 대중(홍콩 포함) 수출은 지난해 8월부터 9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벌이고 있다. 올해 1~4월에만 28.5% 감소했다. 전체 수출의 약 37%를 차지하는 전자집적회로(반도체) 품목이 두 자릿수로 줄어든 영향이 컸다. 2020년만 해도 45%를 웃돌았던 대만의 대중 수출 비중은 올해 35%로 10% 포인트나 고꾸라졌다.


이에 대만 경제에 위기감도 감돈다. 대만 경제는 오랫동안 ‘반도체’ ‘대중 수출’로 굴러왔다. 올해 1분기 대만 경제는 3.02% 역성장했다. 쉬 이사장은 “수출 회복은 중국 수요가 늘어나는 올해 말에나 이뤄질 것이다. 한국과 달리 대만은 전체 산업에서 반도체 집중도가 약 36% 수준으로 높아 더 큰 폭의 수출 부진을 겪고 있다”고 했다.

탈중국과 더불어 ‘탈대만화’ 우려도 깊어진다. 지정학 리스크를 감안해 ‘대만산(産) 반도체’ 의존도를 낮춰야 한다는 국제사회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서다. TSMC가 미국 일본에 이어 유럽에 신규 공장을 짓겠다는 계획을 밝히면서 걱정의 크기는 커졌다. 대만 경제부 고위 관계자는 “미국이 반도체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 등으로 자국 내 투자기업에 각종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있지만, TSMC의 입지 선정은 정치적 고려가 아닌 생산비용 등 상업적 고려로 이뤄진다. TSMC는 고도의 공정기술 분야를 해외에 투자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핵심 공정은 대만 반도체 산업 생태계 안에 두겠다는 강력한 의지다.

타이베이(대만)=글·사진 김혜원 기자 kim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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