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미션 > 전체

고정관념 없애자… 작은교회 공간이 살아났다

작은교회를 위한 예배공간 세미나

십자가 대신 ‘숨’이란 글자가 길게 걸린 광주 숨·쉼교회 전경. 횃불트리니티 영성형성과 실천신학연구센터 제공

좁은 직사각형의 공간, 정면의 강대상 앞에 장의자들이 늘어서 있다. 교회 이름이 커다랗게 적힌 유리창은 바깥에서 들어오는 햇빛을 가로막는다. 많은 상가교회가 약속이나 한 것처럼 고수하는 모습이다. 한국교회의 80%를 차지하는 작은 교회를 이처럼 뻔한 공간에서 건져내기 위한 아이디어들이 공유됐다.

㈔센트(대표 박종현 목사)와 횃불트리니티 영성형성과 실천신학연구센터(센터장 안덕원 교수) 교회공간연구소(소장 최주광 목사)가 29일 서울 종로구 종교교회(전창희 목사)에서 작은 교회를 위한 예배 공간 세미나를 개최했다.

안덕원 횃불트리니티신학대학원대 교수는 작은 교회일수록 공간을 통해 기독교 영성을 드러내기가 더 적합하다고 주장했다. 큰 규모는 압도감을 주고 집중력을 분산시키지만 작은 공간은 아늑하고 편안함을 안겨준다고 했다. 안 교수는 공동체성 구현에도 작은 교회가 효과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교회 건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값비싼 재료나 풍부한 예산보다는 예배 공간에 대한 예전적 이해와 미적 감성”이라고 조언했다.

안 교수에 따르면 바닥과 천장, 벽의 색깔과 재료는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 좁은 공간에 지나치게 많은 색을 사용하면 안정감이 떨어지고 예배 집중에 방해가 된다. 공간의 폐쇄성을 높이는 장의자보다는 이동할 수 있는 의자를 배치하면 공간 활용도가 높아진다. 가구는 붙박이보다는 기성 제품을 사용하는 것이 교회 이전 때도 유리하다. 코너 부분에 강대상을 두고 마름모나 삼각형 형태로 예배 공간을 두면 집중도를 높일 수 있다.

외부에 노출된 첨탑이나 교회의 간판과 표지판, 교회 이름이 들어간 장식은 될 수 있으면 줄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안 교수는 “이제는 종탑을 보고 교회를 찾아오는 시대가 아니다”라며 광주광역시 수완동의 숨·쉼교회(안석 목사)의 사례를 소개했다. 숨·쉼교회엔 십자가 탑이 없다. 대신 ‘숨’이라는 글자가 위에서 아래로 길게 쓰인 간판이 걸려 있다. 주민들은 교회가 운영하는 도서관과 카페에 마음껏 오간다. 지역사회를 품고 자연스럽게 전도하다 보니 십자가 탑이 없어도 사람들은 이곳이 교회임을 알게 된다.

강대상 뒤편에 홈을 파서 적은 비용으로 음각 십자가를 만든 서울 낮은자리교회 모습. 횃불트리니티 영성형성과 실천신학연구센터 제공

세미나에선 창의적 구상으로 예산을 줄인 사례도 소개됐다. 서울 송파구 낮은자리교회(김은득·신재훈 목사)는 강대상 뒤편 공간의 오른쪽 위에 홈을 파서 음각 십자가를 만들었다. 안 교수는 “십자가 모양을 만들고 해당 부분에 조명을 비췄을 뿐인데 근사해 보인다”며 “십자가의 제작 비용은 고작 3000원”이라고 말했다.

교회공간연구소장 최주광 목사는 “현장에서 만난 상가교회 목회자들에겐 ‘교회는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이 있더라”면서 “우리 안의 고정관념을 깨면서 교회가 가진 의미와 정신을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상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손동준 기자 sdj@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국민일보 문서선교 후원
트위터페이스북구글플러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