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 비행접시 소리를?… 차업계는 지금 엔진음 전쟁 중

가상 엔진음 통한 주행 감성 높여
제네시스, 엔진 떨림 반영해 제작


완성차 업체 간에 매력적인 엔진음을 내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과거엔 정숙성을 높이기 위해 소리를 최대한 작게 하는 데 집중했다면 요즘은 엔진음을 통한 주행의 즐거움을 높이기 위해 애쓰는 분위기다. 전기차 시대엔 가상 엔진음 구현이 주요 기술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29일 자동차 업계에 따르면 제네시스는 최근 출시한 대형 세단 G90(사진)에 세계 최초로 ‘ESEV(Engine Sound by Engine Vibration)’ 기술을 적용했다. 엔진의 미세한 진동까지 실시간으로 측정해 가상 엔진 소리를 만드는 기술이다. 기존의 액티브 사운드 디자인(ASD)은 주행 속도, 모터 회전력 등을 고려해 운전자에게 최적의 소리를 제공하지만 엔진의 떨림 등 물리적 특성은 반영하지 못했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실제 운전자가 느끼는 주행감을 소리에 충분히 표현했다. 정숙성에 재미와 감성을 더한 고급스러운 엔진음을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엔진음은 전기차 시대로 전환하면서 더 중요해졌다. 내연기관차의 엔진 대신 모터를 장착한 전기차는 ‘부릉’하는 엔진음이 없기 때문에 보행자가 알아차리기 어려워 사고 위험이 크다. 이 때문에 대부분 국가는 전기차가 일정 크기 이상의 가상 배기음을 의무적으로 내도록 규제한다. 이에 따라 가상 엔진음 시장도 빠르게 커지고 있다. 미국 시장조사업체 퍼시스턴스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가상 엔진음 시장 규모는 2017년 약 340억 달러(약 45조1520억원)에서 2025년에 2140만 달러(약 284조1920억원)까지 확장할 것으로 추산된다.

BMW는 작곡가 한스 짐머와 계약을 맺고 전기차 전용소리인 ‘BMW 아이코닉 사운드일렉트릭’을 제작했다. 한스 짐머는 라이온킹, 다크나이트, 인터스텔라 등의 주제가를 작곡한 영화음악의 거장이다. 올해 한국에 출시한 ‘XM’ ‘iX1’ 등에 아이코닉 사운드일렉트릭을 탑재했다. 마치 비행접시 형태의 우주선처럼 미래지향적인 소리를 구현했다.

아우디도 전기차 E-트론 GT에 자체적으로 만든 가상 엔진음을 넣었다. 바람이 플라스틱 파이프를 통과하는 소리, 전동 드라이버 소리, 헬리콥터 소리 등 32가지 소리를 합성했다. 포르쉐 타이칸이 적용한 ‘E-스포츠 사운드’도 정숙성보다는 운전의 재미에 초점을 맞춘 가상 엔진음이다. 포르쉐 919 하이브리드가 트랙을 주행할 때 내는 소리를 녹음한 후 변주해 만들었다. 타이칸의 주행속도에 따라 음의 높낮이가 변하도록 해 운전자가 빠른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걸 소리로 느낄 수 있게 했다. 벤츠도 전기차 ‘더 뉴 EQS’에 자체 개발한 가상 엔진음을 탑재했다. 주행모드나 회생제동 강도에 따라 실시간으로 음역이 달라진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과거엔 소음을 줄이는 데만 관심을 가졌지만 전기차 시대엔 대부분 차량이 조용하기 때문에 역설적으로 보다 매력적인 가상 엔진음을 만드는 게 중요해 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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