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만여명 피해 보고 나서야… 당국, 허점 숭숭 CFD 손질 나서

실제 투자자 유형·종목별 잔고 공시
증권사 과도한 영업활동 금지키로
늑장 대응 비판 피하기는 어려울 듯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이 차액결제거래(CFD) 제도를 대폭 손질키로 했다. 주가조작 혐의로 구속된 라덕연과 그 일당이 악용했던 CFD 제도의 허점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CFD 계좌 정보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증권사의 과도한 영업 활동을 방지하기 위해 개인 전문투자자 권유 금지 등 CFD 가입 문턱도 높일 계획이다.

다만 소시에테제네랄(SG)발 주가 폭락 사태로 이미 7만여 명의 피해자가 발생한 이후인데다, 금융당국이 사전에 CFD의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는 비판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지난 2019년 말 적극적으로 관련 규제를 완화했던 금융위원회에 대한 문책론도 일고 있다.

외국인 뒤에 더는 못 숨는다


29일 금융위와 금융감독원,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는 ‘CFD 규제 보완방안’을 확정, 발표했다. 지금까지는 CFD를 통해 주식을 사고팔 경우 기관이나 외국인으로 둔갑할 수 있었지만, 이제는 실제 투자자 유형이 드러나도록 했다. 매매 내역이 개인으로 집계되지 않는다는 점을 악용한 SG 사태 재발 방지책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CFD 실제 투자자는 대부분 개인(96.5%)이다. 개별 종목별 CFD 잔고도 공시된다. CFD를 통한 ‘빚투(빚내서 투자)’ 자금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할 수 있어 반대매매의 위험성을 인지할 수 있게 됐다.

CFD를 통해 주식을 매도하는 경우에는 공매도 투자자와 유사한 이해관계를 갖는다고 보고 잔고보고 의무와 유상증자 참여 제한을 적용할 계획이다.

증권사의 과도한 영업활동도 금지된다. CFD는 전문투자자만 가입할 수 있는 고위험 파생상품이다. 증권사가 개인을 대상으로 전문투자자 지정을 유도하기 위한 유인책 제공 등의 권유행위가 금지된다.

공격적인 확장책도 제동이 걸릴 전망이다. 증권사의 신용공여 한도에 CFD가 포함돼 전체 한도를 자기자본 규모 이내로 관리하도록 했다. CFD 영업이 과도하게 확대되고 유동성이 낮은 종목 투자에 이용되면서 주가 변동성을 키웠다는 게 금융당국의 판단이다. CFD 가입 문턱도 높아져 개인이 전문투자자 지정을 신청할 경우 대면 확인을 의무화하도록 했다.

“대책없이 규제완화한 당국도 책임져야”

이날 금융당국과 관계기관이 개선책을 내놨지만 잘못된 규제완화와 늑장 대응에 대해 책임지는 이는 없다. 특히 금융위는 문재인 정부 시절 CFD제도를 대대적으로 풀어줬다. 금융위는 2019년 11월 CFD 가입 조건이 되는 개인 전문투자자 요건을 계좌 잔고 5억원에서 5000만원, 총자산 10억원 이상에서 5억원(거주 주택 제외) 이상으로 대폭 낮췄다. 모험자본 공급 활성화가 목적이었지만, 결과적으로 이번에 적발된 주가 조작범들을 도와준 꼴이 됐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날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규제를 완화할 때 위험을 어떻게 관리할지도 생각했어야 했다”며 “금융당국은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도 책임을 져야한다”고 말했다.

금감원 역시 CFD의 위험성을 6년 전부터 인지하는(국민일보 5월 10일자 6면 보도) 등 사전에 문제점을 인식했음에도 피해를 막지 못했다.

결국 감독당국의 무책임한 제도완화와 감독 미비로 정책의 일관성이 훼손되는 결과를 낳았다. 금융당국은 이번에 CFD 등 장외파생 상품 거래를 위해서는 최근 5년 내 1년 이상 월말잔고가 3억원 이상이어야 하는 규정을 신설키로 했다. 2019년엔 풀어줬던 규제를 3년여 만에 다시 강화하는 방향으로 선회한 것이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정부의 정책이라는 것은 예측할 수 있어야 하고 일관성이 있어야 한다”며 “지금처럼 갈팡질팡하는 정책은 자본시장을 발전시키겠다는 정부의 목적에도 들어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광수 신재희 기자 g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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