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선 자린고비 해외선 보복소비

해외소비지출 1년 새 96% 급등
고물가 여파 내수는 7.9% 상승


서울 은평구에 거주 중인 직장인 이모(32)씨는 지난 24~27일 친구 2명과 일본 오사카 여행을 다녀왔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첫 해외여행이었다. 처음에는 국내 여행을 고려했지만 항공 운임을 감안해도 별반 차이가 없다보니 해외로 눈을 돌렸다.

이씨 일행의 판단은 지나치게 뛰어오른 국내 물가 상황을 고려했을 때 합리적인 선택이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1~4월 개인서비스 물가상승률은 월별로 전년 동월 대비 5.7~6.1%의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개인서비스 중에서도 특히 여행 관련 물가가 많이 올랐다. 1~4월 호텔 숙박료는 적게는 전년 동월 대비 8.6%에서 많게는 13.5%까지 급등했다. 같은 기간 외식 물가(7.4~7.7%)와 휴양시설 이용료(5.7~8.3%) 역시 높은 오름세를 보였다.

반면 엔저가 이어지고 있는 일본은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더 커졌다. 원·엔화 환율은 29일 구매 기준 100엔당 961.08원으로 과거에 비해 크게 낮아졌다. 항공 운임도 항공편 확대 영향으로 코로나19 이전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낮아지는 추세다. 이씨는 “원하는 시간대 항공편을 구하다보니 가격이 비싸기는 했지만 대신 숙박료가 1박에 10만원 선이었다”며 “아낌없이 썼는데도 1인당 90만원 정도 들었다”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두기 이후 꿈틀했던 소비 수요가 국내가 아닌 해외로 향하고 있다. 막혔던 항공길이 뚫리며 수요가 늘어난 점도 있지만 지나치게 오른 국내 물가 영향도 만만치 않다.

같은 값이면 해외로 여행을 가겠다는 이들의 증가세는 통계에서도 확인된다. 한국은행 국민계정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내국인의 해외소비지출 규모는 5조6789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8952억원) 대비 96.1% 급등했다.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됐던 2020년 1분기(6조4424억원) 이후 최대 규모다. 반면 지난해 4분기 국내소비지출은 7.9% 상승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추세는 한은이 다음 달 2일 발표 예정인 올 1분기 통계에서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국토교통부 항공통계포털에 따르면 올 들어 매월 300만명 선이던 인천국제공항 국제선 이용 인원은 지난달 402만931명을 기록했다. 400만명 선을 돌파한 것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이다.

해외여행 수요 증가세는 내수 침체로 이어진다. 1%대 초반까지 떨어진 올해 성장률을 반등시키기 위해선 부진한 수출 대신 내수라도 뒷받침해야 하는데 우리 국민들의 해외 지출이 늘어나는 것은 내수 부양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한다. 그렇다고 과거처럼 애국심에 기댄 해외여행 자제 캠페인을 벌일 수도 없다. 이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다음 달 발표 예정인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 특단의 내수 진작책을 담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기재부 관계자는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세종=신준섭 기자 sman321@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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