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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목사 “기획 좋아도 담임목사와 안맞으면 퇴짜… 제발 소통을”

교갱협 부교역자 콘퍼런스… “이렇게 동역하기 원합니다”

미드저니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한 40대 목회자 A씨. 교회 리모델링 과정에서 전공을 살려 색깔과 콘셉트 등이 담긴 디자인 시안을 교회에 제출했다. 그런데 결과물이 최초의 시안과 많이 달라져 있어서 당황한 적이 있다. 담임목사의 취향이 대거 반영된 탓이었다.

A목사는 “디자인적 요소가 희석되고 투박해졌다. 어쩔 수 없는 부분이지만 아쉽다”며 “담임목사님이 모든 분야의 전문가일 수는 없다. 비전문 분야에서는 좀 더 귀를 열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A목사처럼 담임목사와의 ‘소통’을 요청하는 부목회자가 적지 않다. 지난해 목회데이터연구소가 발표한 ‘코로나19 이후 부목사가 보는 한국교회’ 조사에서는 현재 부목사가 느끼는 삶의 만족도에서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담임목사와의 관계’(41%)가 지목됐다. 타인과의 관계를 좌우하는 핵심 요소는 쌍방 간의 소통이다.

교회갱신협의회(교갱협·이사장 김찬곤 목사)는 이 같은 통계를 바탕으로 30일 서울 용산구 삼일교회(송태근 목사)에서 부교역자 콘퍼런스를 개최했다. ‘우리는 이렇게 동역하기를 원합니다’를 주제로 한 행사에서는 담임목사와 부교역자의 바람직한 동역을 위한 여러 제안이 나왔다.

안양석수교회 부교역자인 한지수(45) 목사는 “우리 담임목사님은 충분한 데이터와 근거를 기반으로 제안하면 잘 수용해 주시더라”며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을 잘 파악하고 충분한 숙고를 거친다면 소통이 수월해질 것”이라고 제안했다.


서울 동작구의 한 교회에서 사역하는 B(44) 목사는 “아무리 좋은 기획을 해도 담임목사의 목회 철학과 맞지 않으면 수용되지 않는다”며 “문제는 담임목사님의 목회 철학을 파악할 기회조차 없다는 것”이라고 안타까워했다. B목사는 소통의 부재가 부교역자들 사이에서도 나타난다고 토로했다. 그는 “20대 교역자, 흔히 말하는 MZ세대들과 대화하다 보면 당황스러움을 느낄 때가 있다”며 “언젠가 담임목사가 될 텐데 이런 분위기라면 일하기 쉽지 않을 것 같다. 원활한 소통을 위해선 쌍방의 노력이 필요한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6일 국민일보에 보도된 “‘오후 6시 퇴근합니다’… MZ 교역자 칼퇴에 교회 들썩”이라는 제목의 기사에 달린 댓글에서도 부교역자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교회 전도사로 추정되는 한 교역자는 “하루에 네 시간도 못 자고 목사·사모·부목사 뒤치다꺼리를 하고 있다. 무슨 칼퇴냐. 담임목사가 말하는데 누가 ‘아니요’라거나 ‘싫다’고 말하겠냐”고 했다. 또 다른 부교역자는 “젊은 사역자들의 값진 헌신을 값싸게 낭비한 기성교회와 지도자들이 문제”라고 꼬집기도 했다.

이날 교갱협 콘퍼런스에서 발표자로 나선 담임목사들도 부교역자와의 소통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교갱협 이사장 김찬곤 목사는 “담임목사는 대부분 후진국 시절 태어난 사람들이지만 젊은 부교역자들은 선진국 시절 태어난 사람이 많다”며 “소통을 위해 담임목사들이 ‘선진국 방식’에 맞춰야 할 필요가 있다. 그러나 꼰대 소리를 듣더라도 후배들에게 전해줘야 할 것이 분명 존재한다. 이 부분에서 어려움이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담임목사가 바라는 부교역자상’은 뭘까. 박승남(후암교회) 목사는 “선배 목회자들은 부교역자들을 다루기 힘들다고 토로한다”며 “‘돈 받으면 프로’라는 마인드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박 목사는 ‘프로야구’를 빗대며 “야구선수도 성적이 안 나오면 2군으로 내려가듯 부교역자는 열매로 말해야 한다”고 했다. 소통에 대해서도 “홈런타자라고 할지라도 감독이 번트를 지시하면 따라야 한다”며 “그래야 훗날 자신도 감독이 돼서 지시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손동준 장창일 기자 sd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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