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메신저 만난 소녀가장 “난 이미 희망을 봤습니다”

[밀알의 기적] 탄자니아 레이크에야시 사업장을 가다

박태성(왼쪽 두 번째) 부산 감전교회 목사가 지난 13일(현지시간) 탄자니아 카라투에서 소녀 가장 파우스타(오른쪽 세번째)와 남매들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지구 반대편 13세 소녀가장 파우스타 로하이를 만나러 가는 길은 험난했다. 인천공항에서 출발해 카타르 도하를 거쳐 탄자니아 최대도시 다르에스살람에 도착했다. 다시 비행기를 갈아타고 킬리만자로 국제공항에 착륙한 뒤 자동차로 4시간 30분을 더 달려 카라투에 도착했다. 꼬박 24시간이 걸리는 여정이었다.

파우스타에게는 남동생 자카야(10)와 여동생 줄리아나(8) 레헤아(4) 막다레나(3)가 있다. 부모는 오래전 5남매를 두고 집을 나갔다. 하루아침에 가장이 된 파우스타는 다니던 학교를 그만두고 6㎞가 넘는 거리를 걸어 물을 길어오며 동생들을 돌보고 있다.

5남매가 짊어진 삶의 무게

지난 13일(현지시간) 박태성(60) 부산 감전교회 목사와 함께 카라투를 찾았다. 월드비전 스태프들이 동행했다. 파우스트가 사는 마을에 들어서자 시선을 사로잡은 건 마른 흙바닥 위를 뒤덮은 가시덩굴과 가축의 배설물이었다. 차량이 들어갈 수 없을 만큼 열악한 환경이었다. 10여분을 걷자 나온 건 공터에 덩그러니 놓인 집이었다. 밀짚과 나뭇가지를 엮어 만든 집은 사람이 사는 곳이라고는 믿기지 않았다.

5남매는 집 앞 나무 그늘에 앉아 박 목사와 월드비전 일행을 맞이했다. 최고 기온은 섭씨 21도 정도 였는데, 쉼없이 부는 바람은 차가웠고 각종 먼지와 모래가 공기 중에 부유했다. 군데군데 찢어지고 뜯겨 해진 옷을 입은 아이들의 눈은 공허함으로 가득했다. 가난과 결핍이 가져온 삶의 힘겨움이 그대로 묻어났다.

“파우스타, 목사님이 너를 보기 위해 먼 길을 날아왔어. 이렇게 만나니 너무 반갑다.” 5남매는 박 목사의 반가운 인사에도 지친 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박 목사가 감전교회에서 준비한 선물을 전달하자 이들은 조금씩 마음을 열고 다가왔다.

파우스타는 “동생들을 혼자서 양육하는 것이 어렵지 않냐”는 질문에 “힘들다. 기본적으로 음식과 깨끗한 물을 구하는 것이 너무 어렵다”며 “나도 학생인데 동생들을 돌보느라 학교에 못 가고 있다”고 답했다.

그는 식량을 얻기 위해 이웃의 농사일을 도와주며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 일감이 없을 땐 먹을 것을 구걸하기도 한다. 파우스타는 매일 아침 나무 장작을 주우러 다닌다. 이를 판 수입으로 생필품을 구입한다. 만만치 않은 삶의 무게는 열 세살 소녀의 어깨를 무겁게 할 뿐이다.

기자를 꿈꾸는 파우스타

이들 가족에게 당장 필요한 것은 배를 채울 수 있는 음식과 물, 따듯한 옷, 안전하게 머물 집, 그리고 공부할 때 필요한 학습교재다.

파우스타에게 지금 가장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었더니 곧장 대답이 돌아왔다. “너무 학교에 가고 싶어요. 공부해서 내 미래를 개척하고 싶어요. 나는 당장이라고 학교 갈 준비가 돼 있어요.”

파우스타의 꿈은 기자다. 이유를 물었더니 그는 “나는 가난해서 정보와 단절된 채 살았다”며 “나중에 기자가 돼 나와 같은 환경에 있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자기 생각을 차분하게 말하는 그의 눈빛에서는 간절함과 진중함이 엿보였다.

박 목사는 그런 그에게 혹시 한국의 교회와 목회자에게 바라는 것이 있냐고 물었다. 잠시 후 어린 소녀가 전한 말은 현장에 있는 모두를 숙연하게 했다.

파우스타는 “나는 이미 희망을 봤다”고 말했다. 그는 “목사님이 이렇게 나를 보러와 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라며 “목사님이 나를 위해 기도해준 것처럼 나도 목사님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덧붙였다.

마을 주민 7000명을 살린 ‘밀알’

같은 마을에 설치된 식수대에서 현지 주민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물을 틀고 있는 박 목사. 이 식수대는 감전교회 교인의 후원으로 설치됐다.

감전교회는 지난해 탄자니아 레이크에야시 드림빌리지 교육 식수 위생 통합 사업의 하나로 지역 내 마을 주민을 위한 식수대를 설치했다. 아프리카 지역 우물의 중요성을 강조한 박 목사의 설교에 마음이 움직인 한 성도가 1000만원을 헌금한 것이 마중물이었다. 성도가 평생 모은 재산이었다. 이후 다른 2명의 성도가 내놓은 헌금을 모아 월드비전에 전달했다. 3명의 성도가 뿌린 밀알은 지구 반대편의 마을 하나를 살리는 기적을 만들었다. 7000명 주민은 이 식수대로 인해 깨끗한 물을 마실 수 있게 됐고, 오랫동안 이들을 괴롭힌 수인성 질환으로부터도 자유로워졌다. 이 마을은 99%의 주민이 기독교인이다.

식수대를 관리하는 위원회의 한 위원은 “감전교회와 월드비전에 감사하다”면서 “당신들이 우리를 살렸다. 식수대 덕분에 미래를 꿈꿀 수 있게 됐다”며 고마움을 표했다.

박 목사는 치과의사인 교인의 기부로 별도 식수대를 설치하기 위한 현장을 답사했다. 마을 식수위원회 관계자들과 함께 우물을 파기에 적당한 곳을 둘러봤다. 박 목사는 “성도들의 헌신으로 하나님의 사랑을 전달할 수 있어 감사하다”며 “마을의 아이들이 건강하게 잘 자라났으면 좋겠다. 이곳에 하나님의 사랑이 넘쳐나길 기도한다”고 말했다.

카라투(탄자니아)=글·사진 유경진 기자 yk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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