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은혜가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인가”

[내 인생의 책] 그리스도를 본받아 (토마스 아 켐피스 지음/브니엘)


그리스도를 본받아(De Imitatione Christi)는 달리 설명이 필요 없는 영원한 고전, 내 인생의 책입니다. 로욜라의 이냐시오는 일평생 하루도 거르지 않고 읽었다고 합니다. 18세기 영국 그리스도인들을 위해 직접 요약판까지 출판한 존 웨슬리는 이렇게 평했습니다. “이 책은 1000번을 거듭 읽어도 결코 만족할 수 없다. 제시하는 원리는 묵상의 씨앗이고, 내용은 고갈되는 법이 없다.” 책의 영향력을 경험해보면 웨슬리에게 이의를 달기 어렵습니다.

이 걸작의 기원은 확실치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가장 오랜 원고에는 저자 이름이 없습니다. 원본이 등장하고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른 뒤 토마스 아 켐피스(Thomas a Kempis)가 저자로 표기되기 시작해서 줄곧 그렇게 알려졌습니다. 토마스가 즈볼레형제단에 입회할 당시 유럽은 백년전쟁과 흑사병으로 사회 전체가 혼란스러웠습니다. 형제단은 정부와 교회로부터 줄곧 강한 압박에 시달렸고, 개인적으로는 형의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고통을 겪어야 했습니다. 힘겨운 처지에서도 하나님의 내적 위로를 확고하게 의지하는 내용을 참작하면 저자는 토마스가 제격입니다.

토마스는 작품이 완성되고 30년이 지난 1471년에 92세를 일기로 세상을 떴습니다. 네덜란드 즈볼레의 묘비에는 이런 글이 새겨져 있습니다. “토마스 아 켐피스에게 기억이 아니라 경의를 표하라. 그의 이름은 기념비 이상의 세월을 지속하리라.”

오래전 ‘그리스도를 본받아’를 우리말로 옮기며 느꼈던 행복한 감정은 책을 펼 때마다 여전합니다. 수도사다운 담백한 문장을 본격적으로 접할 때 실제로 영혼이 정화되는 기분이었습니다. 책 앞부분에서는 참된 그리스도인의 모습과 의미 있는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했고, 진리를 위해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소중한 조언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책 중반 이후로는 중세 수도사 토마스가 주님과 은밀하게 나누는 대화에 마치 내가 직접 참여하는 것 같았습니다.

지금도 저자는 내게 교훈합니다. “성경의 내용을 잘 알고 철학자들의 말을 꿰고 있을지라도 하나님의 사랑과 은혜가 없다면 그 무슨 소용이 있는가. 하나님을 사랑하고 섬기는 것 외에는 그 어느 것도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될 뿐이다.” “지금 행동하라.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바로 지금 하라. 잡고 있는 기회가 죽음 때문에 막을 내리는 순간을 우리는 알지 못한다.” “자유를 누리라. 자신을 조절하라. 모든 것들은 자신이 하기 나름이며, 그것들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는 것을 확신하라. 어느 것에도 노예가 되지 말라. 자유를 누리라.” “이곳에서의 삶은 길지 않다. 다른 세상에서 무엇이 될지 생각하라. 오늘은 이곳에 있지만, 내일은 그곳으로 가게 된다.”

유재덕 서울신학대 기독교교육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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