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은정 기자의 온화한 시선] 사람보다 먼저 세상에 보내진 피조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임보 강아지를 돌보다

불법 번식장에서 구출돼 현재 가정에서 임시보호 중인 강아지 토토가 올려다보고 있다.

“우리 집에 임보 강아지가 왔어요.”

요즘 마주치는 사람마다 내가 꺼내는 말이다. 본래 시시콜콜한 신상 변화를 나불대기 좋아하지만 저 이야기는 더 수시로 떠들게 된다. 왜 그럴까 가만히 생각해보았다. 더 많이 주변에 나누고 싶은 만큼 기쁜 일이기 때문인 것 같다. 물론 번거로운 일이 이따금 터진다. 하지만 더 많은 이들이 우리 가족과 비슷한 용기를 내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크다.

‘임보’는 임시보호의 줄임말이다. 언제부터 줄여 썼는지 모르지만 내가 만나본 열에 아홉은 다 알아들었다. 지난 9일 우리 집에 온 임보 강아지 이름은 토토. 포메라니안 종이라고 했다. 흰색에 1.8㎏, 11개월쯤 된 작은 생명체다. 토토는 뒤쪽 왼 다리를 조금 전다. 슬개골이 약한 소형견의 고질병이기도 하단다. 토토는 조금 이르게 이 증상이 나타났다. 아마 태어나자마자 몇 달씩 발 디딜 공간이 없는 ‘뜬장’에서 지낸 것이 원인이 아닐까 추측한다. 토토는 애완동물 가게에 강아지를 납품하기 위해 번식견을 마구 키우는 불법 번식장 출신이다.

임보 소식을 전해 듣는 이들은 한결같이 기뻐한다. 길에서 처음 만난 한 아기 엄마는 “좋은 일을 하신다”며 나를 격려해줬다. 아침저녁으로 동네 산책하면서 만난 이웃들은 토토 사연을 듣고 함께 안쓰러워했다. “인형같이 예쁘다”는 칭찬에 “정들어서 어떻게 보내겠냐”는 걱정을 꼭 이어 붙인다. 사람 마음이 다 비슷하다.

입양해볼까 생각도 잠시 스쳤다. 그러나 보통의 결심으론 되는 일이 아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나는 남편에게 며칠 전 새벽에 소리를 질렀고 남편은 다른 방에 가서 잤다. 이게 다 토토 때문이었다. 안쓰러운 마음에 방에서 토토와 함께 잔 것이 화근이었다. 새벽에 일어나 타닥타닥 걷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 잔 남편이 구시렁대자 내가 한소리 했다. 다음 날에 서로 예민했던 부분을 인정하고 화해했지만, 강아지 임보가 더 나아가 입양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걸 절감했다.

그러나 든든한 도움의 손길이 참 많았다. 임보 당일부터 토토를 보러 온 동네 이웃이 그랬고, 간식 선물을 주며 반겨준 사람도 있었다. 특히 토토를 보호하던 동물단체 ‘코리안독스’의 마음 씀씀이에 감동받았다. 경기도 용인에 있는 코리안독스는 최근 충남 보령과 경기 화성의 불법 번식장에서 구출된 수백 마리의 개를 돌본다. 그런데도 우리 집에 온 한 마리를 향한 걱정의 끈을 놓지 않았다.

지난 주일 저녁 토토가 갑자기 설사하기에 이 상황을 임보 담당자에게 보고했다. “상태가 좋지 않으면 병원비 걱정하지 마시고 24시간 운영하는 곳에 꼭 가시라”는 전화가 곧장 왔다. 임보 기간에 우리는 코리안독스와 연계된 동물병원에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치료비는 코리안독스가 낸다고 한다. 동물을 입양한 뒤 유기하는 이를 두둔하고 싶진 않지만, 비싼 병원비 탓에 생명을 포기하는 상황이 이해 불가가 아니라는 한 목회자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최근 만난 이 목사님은 집에서 길고양이 두 마리를 오래 돌보고 있다.

길지 않은 시간 우리 가족은 많은 생각을 나눴다. 결론은 하나였다. 임보 동안 토토에게 최선을 다하자. 그래서 우리와 지내면서 크고 작은 질병이 다 나을 수 있도록 돕자는 것이다. 그리고 토토가 평생 가족을 찾아 행복한 견생을 살도록 하자는 게 최종 목표다.

남편이 임보를 결심하고 개를 키우는 동료에게 “무엇을 미리 준비하면 좋겠냐”고 물었다가 들은 답변으로 이 글을 마무리하고 싶다. 사료나 배변 패드 같은 필수품이 궁금해서 한 질문이었다. 하지만 그는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하나님이 사람보다 먼저 이 세상에 내신 피조물(창 1:1~25)을 사랑하는 마음이겠다 싶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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