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안마셔도 비만·대사증후군 있으면 유병률 최대 50%”

[전문의 Q&A 궁금하다! 이 질병]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김순선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단순 지방간·지방간염·간경변 포함
9년 만에 8만명 증가… 사망률 1.6배

간암외 식도·대장 등 각종 암 유발
초기 증상없으나 피로·윗배 불쾌감

공식 승인 치료제 아직은 없어
체중 감량·꾸준한 운동으로 개선

아주대병원 김순선 소화기내과 교수가 간 모형을 활용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아주대병원 제공

음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흔히 '알코올성 지방간'을 걱정한다. 하지만 술을 즐기지 않더라도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경계해야 한다. 이 또한 지방간염→간경변→간암으로 진행될 수 있어서다. 아주대병원 소화기내과 김순선 교수는 "복부 비만이나 고혈당,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등 대사적 위험인자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는 경우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률은 50%에 달한다"며 대사증후군 관리를 특히 강조했다. 그는 "가장 비용 효과적인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치료법은 식이 요법과 운동에 의한 체중 감량"이라며 "식사량을 3분의 1~2분의 1 정도 줄이고 매일 30분~1시간씩 1주일에 3번 이상 규칙적으로 운동하라"고 권고했다. 김 교수는 혈액 검사로 초기 간암을 찾아내는 획기적 진단법을 개발하는 등 연구에도 열심인 젊은 의사다. 최근 김 교수에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대해 들어봤다.

-어떤 질환인가.

“간은 우리 몸에서 가장 크고 중요한 장기로 각종 대사 기능을 한다. 간의 5% 이상에서 지방이 쌓이는 단순 지방간, 간세포 손상·염증 및 섬유화(딱딱해짐)가 동반되는 지방간염, 더 진행돼 간 표면이 우툴두툴해지고 굳는 간경변증이 포함된다. 술이나 약물, 바이러스(B·C형 등) 같은 이차적 원인에 의한 간질환이 아닌 경우 해당된다.”

-환자가 늘고 있나.

“국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유병률은 20%에서 높게는 50%까지 보고된다. 실제 진료 환자도 2013년 20만명에서 지난해 28만명 가량으로 늘었다. 대한간학회 발간 ‘간암의 원인 팩트시트(2008~2018년)’를 보면 10년간 B형간염 원인(62.5%→58.4%)은 감소한 반면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9.9%→13.6%), 알코올성 간질환(8.7%→12.3%), C형간염(9.1%→10.0%) 순으로 증가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의 증가폭이 가장 크다.”

-발생 원인은.

“비만이나 당뇨병, 이상지질혈증, 대사증후군, 갑상샘기능저하증, 다낭성난소증후군, 폐쇄성수면무호흡증, 뇌하수체 기능저하증 등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다. 특히 복부 비만, 공복혈당장애(당뇨 전단계), 고중성지방혈증, 낮은 고밀도콜레스테롤(HDL)혈증, 고혈압 등 5가지 중 3가지 이상 해당되는 대사증후군이 있을 때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 유병 확률이 50%나 된다. 비만이 위험인자로 가장 주목받고 있다.”

-경계해야 하는 이유는.

“단순 지방간이라도 25~40%는 지방간염으로, 지방간염의 5~18%는 간경변증으로 진행된다. 간경변증 환자에서 간암의 연간 누적 발생률은 2.6%로 보고돼 있다.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있으면 대사증후군, 당뇨병, 심뇌혈관질환 발생 위험이 커지고 일반인에 비해 사망률도 1.6배 높다.”

김 교수는 “대규모 코호트(동일집단)연구에 의하면 정상 대조군에 비해 지방간 환자는 1.7배, 간섬유화를 동반하지 않은 지방간염은 2.1배, 간섬유화가 함께 있는 지방간염은 2.4배, 간경변증은 3.8배 사망률이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간암 외 다른 암도 일으키나.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이 있으면 간암뿐 아니라 식도·위·대장·전립선·유방암 발생 위험 역시 높아진다. 2017년 국제학술지에 보고된 국내 연구를 보면 3차 의료기관 건강검진에서 초음파로 지방간 진단을 받은 사람의 대장암 위험은 2.01배(남성), 간암은 16.73배, 유방암은 1.92배 증가했다. 인슐린 대사, 지방세포에서 분비되는 아디포카인(호르몬)이나 염증 반응 등이 각종 암 발생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된다.”

-주요 증상은.

“간은 ‘침묵의 장기’로 불린다. 초기 단계에선 증상이 없다. 대부분 간기능 혹은 영상검사에서 우연히 발견한다. 때때로 피로감, 오른쪽 윗배 불쾌감이 느껴질 수 있다. 간경변증까지 진행되면 복강 안에 물이 차는 복수, 눈동자·피부가 노랗게 되는 황달, 대변에 피가 섞이거나 짜장면처럼 검게 변하는 흑색변, 의식을 잃는 간성 혼수 등이 나타날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비알코올성 지방간질환에 공식 승인된 치료제는 아직 없다. 가장 많이 연구된 약물로 비타민E(하루 800 IU)와 피오글리타존이 있으나 부작용·안전성을 고려해 주치의와 상의해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 가장 중요하고 기본적인 치료는 식단 조절과 운동을 통해 살을 빼는 것이다. 하루 총 에너지 섭취량에서 500~1000㎉ 줄인 식사와 중등도 운동(유산소 및 근력)을 지속할 경우 체중 감량에 효과를 볼 수 있다. 체중이 3~5% 감소하면 지방간이 호전되고 7~10% 줄면 간섬유화를 비롯한 지방간염이 개선될 수 있다.”

김 교수는 “자신의 하루 에너지 섭취량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최근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으로 자기 식단을 체크하고 칼로리를 계산하는 방법을 이용하거나 이 마저도 어렵다면 식사일기를 써보는 것이 도움된다”고 조언했다.

또 “흔히 ‘간에 좋다’고 홍보되는 우루사, 밀크씨슬 등은 임상연구에서 지방간질환 치료 효과 입증에 실패해 근본 치료제가 아니다”며 “최근엔 체중 감소에 효과있는 당뇨약을 중심으로 비알코올성 지방간염 치료에 적용하려는 연구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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